아시아 최고의 야경으로 칭송받는 홍콩의 밤, 각양각색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도시는 그 밀도만큼이나 밝은 빛을 내고 있다. 이전 소개했던 사비에르 포르텔라(Xavier Portela)가 도쿄의 핑크빛 야경을 선보였다면, 카타르 기반의 포토그래퍼 자키 압델모우님(ZAKI Abdelmounim)은 네오 홍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껏 다양한 SF영화, 애니메이션의 모티브가 되어온 홍콩의 어지러운 골목은 자키의 보정을 거쳐 미래도시의 분위기를 한껏 조성한다. 사비에르가 핑크빛의 화려하고 세련된 도쿄의 밤을 담아냈다면, 자키는 조금 더 음침한 비주얼로 홍콩의 밤을 조명한다.
그가 선사하는 네온 빛깔 홍콩의 모습은 흡사 컴퓨터 그래픽, 재패니메이션을 떠올릴 만큼 자극적이다. 비현실적인 색감과 대비하는 홍콩 시민의 일상 또한 재미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낡은 건물의 외벽, 앙상한 뼈대로 걸쳐 놓은 거대한 네온사인은 온몸으로 홍콩의 밤을 채우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은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홍콩 정부는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대형 쇼핑몰과 호텔에 외부 조명 소등을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놀라운 작품의 원천이 사라진다는 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