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배낭 안에 헬멧, 여분의 장갑, 스포츠웨어, 자전거 체인과 고프로(GoPro). 여가로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물건인가 싶지만, 사실 이들은 모두 근무 중이다. 드러누운 채로 사진을 촬영한 장소는 그들이 매일같이 일하는 근무지인 아스팔트 도로 위. 일종의 오피스 포트레이트(Office Portrait)인 셈이다. 뉴욕 브루클린 기반의 젊은 포토그래퍼 겸 비주얼 아티스트 코델 머레이(Cordell Murray)는 자신의 개인 스튜디오 스테이 얼라이브(Stay alive)에서 자전거로 생계를 유지하는 배달부와 택배기사의 전신과 소지품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2014년을 시작으로 현재 200여 명을 기록,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Courier Collection’이라는 제목의 이 시리즈는 뉴욕, 시카고,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 등 각국의 대도시를 누비고 있는 자전거족의 배낭 안을 들여다본다. 대부분 시간을 혼자서 일하는 이 사람은 아주 외로워 보이지만, 땅속에서 사회를 이루는 개미처럼 아주 조용하고 조직적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코델 머레이는 그들의 소지품에 주목함으로써 도시의 메신저가 고립되지 않고 서로 연대감을 느끼기를 바라며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도로에서 마주치는 버스 기사 아저씨가 서로에게 손 인사를 하듯이, 비슷한 배낭을 메고, 비슷한 물건을 지닌 메신저들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