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파트 단지 앞에 홀로 서 있다. 번호가 매겨진 건물의 행이 거리로 확장하고, 내부의 형광등은 굳은 콘크리트를 비추고 있다”. 도쿄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코디 엘링햄(Cody Ellingham)은 도쿄의 공공주택, 우리가 흔히 아파트라고 부르는 건물에 묘한 매력을 느낀 후 도쿄 내 공공주택을 차례차례 촬영했다. 불에 취약한 목조주택, 그리고 급속한 현대화와 도시화에 대처하기 위해 등장한 아파트 단지는 도쿄 근교의 교외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많은 일본인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엘링햄의 프로젝트 ‘Danchi Dreams’ 역시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 우리의 생활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엘링햄은 쓸쓸한 아파트가 사람으로 채워지는 밤, 도쿄 주변의 수많은 공공주택 단지를 탐험하고 사진을 찍었다.
옛 대한민국에 공동주택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파트는 여전히 국민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욕망의 요람이다. 일본인에게도 이 주택 프로젝트는 조화로운 삶을 살게 해줄 수 있는 꿈, 그리고 새로운 번영의 바로미터였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후 그들에게 ‘하우스 드림’을 선사했던 여러 단지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바스러지는 중이다.
창을 채우는 수많은 불빛, 그러나 그 내부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냉담한 대칭과 구조의 반복은 현대인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의 아파트 단지, 거기에 이어지는 일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엘링햄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그가 포착한 단지의 모습을 천천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