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말이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음식을 캔버스 삼아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는 요리사, 아니 아티스트들이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는 가운데, 특히 빵의 물성과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몇몇 아티스트들이 문화예술 관련 미디어의 날카로운 눈에 포착되고 있다. 지금 소개할 일본의 제빵사 카츠미 준페이(Junpei Katsumi)도 바로 그들 중 하나. 다만 다른 점이라면 왠지 그에게는 아티스트보다 교주라는 칭호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점이다.
일본의 가마쿠라(Kamakura)에서 파라다이스 앨리 브래드&컴퍼니(Paradise Alley Bread & Co.)라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준페이는 점성학에 기반을 둔 별자리 그림이 그려진 기괴한 빵으로 명성을 얻었다. 실제로 점성학과 우주의 법칙을 맹신하는 준페이는 자신이 믿는 세계관과 철학을 빵으로 표현하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자면 작품의 캔버스가 되는 빵 또한 일종의 새 생명인 효모로부터 시작되어 인간이 섭취한 뒤에는 신체의 일부가 되는, 삶의 순환을 보여주는 매개체라고. 독특한 형태와 숯을 활용한 짙은 검정색으로 유명세를 탄 준페이의 빵은 현재 다양한 문화행사의 전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인디 뮤지션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그를 일본 문화계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줬다.
빵 이외에 파라다이스 앨리 브래드&컴퍼니의 또 다른 인기 상품은 흑사과주(Black Cider)로, 준페이의 친구가 화석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고대 박테리아 바실루스 F(Bacillus F)로 발효한 상품이다. 바실루스 F는 러시아 과학자 ‘Anatoli Brouchkov’가 발견한 박테리아로, 박사의 주장에 따르자면 영생의 열쇠가 되는 불멸의 생명체라고. 준페이의 흑사과주가 정말 바실루스 F로 발효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흑사과주는 마시는 이의 육체와 정신을 깨우며 마치 마약과 같은 강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어디까지 허구고 어디까지 진실인지 도통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빵과 흑사과주의 맛은 확실하다고 하니 한번쯤 방문해 볼 만한 베이커리임은 분명하다. 베이커리보다는 아틀리에라는 이름이 어울릴 파라다이스 앨리 브래드&컴퍼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확인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