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밴드, Les Rallizes Dénudés의 첫 디지털 음원 “White Awakening”을 공개하다

1960년대 서양에서 크라우트록(Krautrock)과 사이키델릭(Psychedelic) 스타일의 음악이 성행할 무렵, 아이언 버터플라이(Iron Butterfly), 호크윈드(Hawkwind), 버지(Budgie) 같은 밴드가 텔레비전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며 음악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미8군 공연을 시작으로 대중음악의 토대를 잡은 음악인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현재까지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고라 일컬어지는 음악가 신중현 역시 미8군 공연 출신. 그리고 옆 나라 일본에서도 거대한 음악적 변화가 휩쓸고 있었으며 전학공투회의와 이후 일본 신좌파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왔던 독특한 시기를 경험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2020년 10월에 발행된 과거 VISLA에서 기획으로 다루었던 주제이기도.

밴드 하다카노 라리즈(裸のラリーズ, Les Rallizes Dénudés)는 1960~70년대 밴드 중 가장 독보적인 존재이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 음악계에 거센 후폭풍을 남긴 언더그라운드 밴드이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이펙터 노이즈와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기반으로, 포크(Folk)는 물론 포스트 록(Post Rock)을 더해 상당히 실험적인 음악을 연주함과 동시에 반자본주의, 반상업적인 디자인 작업물 그리고 약물에 영감을 얻어 작명한 밴드 이름을 통해 그룹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하다카노 라리즈는 이러한 예술적 행보와 동시에 스튜디오 녹음을 하지 않고 라이브를 고집했고, 밴드가 음반을 내지 않자 음악 팬 사이에서 라이브를 녹음한 부틀렉(Bootleg)만이 성행하고 있었다. 

올해를 기준으로 밴드 결성 54주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흐른 시간이 무색하게 만드는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하다카노 라리즈의 자작곡 중 하나인 “White Awakening”을 디지털 음원으로 밴드 결성 이후 최초 공개한다는 소식과 함께 밴드의 첫 번째 공식 라이브 앨범 [OZ Days Live: ’72-’73 Kichijoji – 50th Anniversary Collection]이 발매를 앞두고 있다며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White Awakening”은 해당 라이브 앨범에 수록될 트랙 중 하나로 그 예고된 상태.

하다카노 라리즈는 멤버 미즈타니 타카시(Takashi Mizutani)를 주축으로 여러 멤버가 그룹을 거쳐 갔는데, 그중 하나였던 와카바야시 모리아키(Moriaki Wakabayashi)는 일본 적군파 합류를 통한 요도호 항공기 납치사건을 일으켜 북한으로 망명했으며 미즈타니 또한 70년대 후반에 잠적하다가 90년대에 잠시 음악계로 돌아오고 나서 현재까지 잠적 중이다. 일부 매체는 그가 2019년에 사망했다고 전했지만, 그룹의 멤버였던 쿠보타 마코토(Makoto Kubota)는 2020년 일본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미즈타니와 통화했고 공연을 계획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일본 음악가 중 상당히 특이한 행보를 보였으며 이로 인해 일본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밴드로 알려진 하다카노 라리즈는 이번 싱글 공개와 미즈타니의 생존 소식으로 팬들을 또 다른 미궁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즈타니와 밴드의 재결성을 기대해보며 “White Awakening”을 한번 들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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