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처음 일본을 방문한 포토그래퍼 마르코 아구엘로(Marco Arguello)는 생전 처음 접하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를 접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식당 앞에 자리잡은 음식 모형을 목격한다. 음식점 앞에서 행인들을 유혹하는 형형색색의 음식 모형은 분명 기이해 보였지만. 당시 그는 이를 단지 ‘일본의 이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화’ 정도로 받아들이며 지나쳤다.
하지만 이 모형에 대한 기억이 생각보다 그의 뇌리에 깊게 박혔던 것일까? 일본을 떠난 지 일 년쯤 되던 해, 마르코 아구엘로는 문득 음식 모형에 관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렇게 그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를 하면 할 수록 일본의 음식 모형 문화에 상당한 깊이와 역사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음식 모형, 즉 ‘쇼쿠인 삼푸루’ 기술이 전후 경제 성장기에 큰 인기를 끌었던 전통의 한 부분이자 장인 정신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일본의 음식 모형 문화를 직접 목격하기 위해 2018년 일본으로 다시 향한 마르코 아구엘로. 그가 향한 곳은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일본 기후 현 중심의 작은 마을 구조 하치만(郡上八幡)이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수로들이 만들어낸 고즈넉한 풍경 덕분에 국내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이 동네는 뛰어난 품질의 음식 모형을 생산해내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구조 하치만에서 머물며 음식 모형 장인들을 직접 만나게 된 그는 그들의 작품을 카메라에 담고, 장인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장인의 말에 따르면 모든 음식 모형은 수년간의 훈련을 거친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최초의 음식 모형은 1932년에 만들어진 오믈렛과 밥의 모형이 었으며, 이는 본래 왁스로 제작되었으나 햇빛에 녹는 특성 탓에 1970년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고. 또한 만들기 가장 어려운 모형은 생선 모형이며,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이 쌓인 장인들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고 한다.
이제 마르코의 사진을 다시 한 번 관찰해보자. 마르코는 이 모형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아내 보는 이들이 진짜 음식으로 착각하게끔 하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 속 모형은 실제 음식으로 보일만큼 섬세하다. 장인의 집념과 포토그래퍼의 호기심이 그려낸 일본의 음식 모형 문화의 진수가 더욱 궁금하다면, 마르코 아구엘로의 개인 웹사이트를 방문해 시리즈 전체를 감상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