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박함이나 한순간에 피어오르는 삶의 아름다운 장면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예술가, 창작자의 손을 통해 다시금 독자적인 생명을 부여받는다. 올해로 7살이 된 소녀 카말리(Kamali)와 그녀의 어머니 수간티(Suganthi)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Kamali”는 여성의 인권이 제한적인 인도의 국가적 특성과 스케이트보딩이라는 서브컬처 위에서 고유한 색채를 띤다. 뉴질랜드 영화제작자 샤샤 레인보우(Shasha Rainbow)는 영국 밴드 와일드 비스츠(Wild Beasts)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인도를 방문했다가 이곳에서 발전 중인 여성 스케이트 운동의 에너지를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세계적인 스케이터 토니 호크(Tony Hawk)가 공유한 카말리의 사진을 보고 나서 모녀를 수소문해 벵갈루루(Bangalore)의 스케이트 파크로 초대했다. 카말리 모녀는 마을을 떠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회상한다. 이후 몇 번의 만남을 거쳐 그들을 인터뷰했고 결국, 마음이 동한 샤샤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다.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 관객은 여성의 삶을 제한하는 인도의 전통문화와 카말리를 통해 무언가 바뀔지도 모르는 변화의 단초를 동시에 확인한다. 카말리는 마을 내 유일한 여성 스케이터다. 삼촌 친구 벨루(Velu)의 선물로 첫 스케이트보드를 선물 받은 그녀는 학교와 스케이트 파크를 오가며 일상을 보낸다. 그 사실로부터 마을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왜 여자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여성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의지로 바뀌기까지 카말리는 아마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는 소녀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마을에 사는 일부 소녀들은 스케이트보드를 두려워합니다. 나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스케이트보드 위에 올려놓고 발을 얹고서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카말리는 이메일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샤샤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스케이트보드를 통해 카말리를 북돋우려 했던 그녀의 어머니, 수간티의 헌신이 외려 본인의 삶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 수간티는 비록 자신은 전통적인 관념과 관습 아래 인도 여성으로 성장했더라도 카말리라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조용히 화면에 내비친다. 학대받던 결혼 생활에서 도피한 그녀는 영상을 통해 어두운 기억과 다시금 정면으로 마주하지만, 이미 그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한다.
스케이트보드를 매개로 함께 걷는 법을 깨우친 카말리 모녀의 다큐멘터리는 결국 삶에 관한 이야기다. 마을의 작은 용기로 거듭난 카말리와 그녀를 통해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치유할 수 있었던 수간티. 이들 모녀의 앞날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다큐멘터리 그 후의 삶 또한 기대되는 바. 직접 감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