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터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길거리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자신을 평범하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을 수없이 마주친다. 도시의 구조물을 타며 경비원, 경찰과 같은 규범을 지키려는 이들과 끊임없이 부딪히면서 자연스레 맞서야 하는 사회에 관해 고민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이는 싸우거나 또 다른 이는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기도 한다. 결국 ‘사회 속에서 스케이터라는 개인으로서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관한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물음과 이그나시오 에체베리아(Ignacio Echeberria)의 이야기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토요일, 런던에 살던 스케이터 이그나시오는 여느 때와 같이 친구들과 보드를 타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그날 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보로우 마켓(Borough market) 근처를 지나던 중 한 여성을 공격하려는 남자를 발견한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스케이트보드로 테러범과 맞섰다. 그러던 중 상대의 칼에 찔려 이그나시오는 죽었고, 여성은 살아났다. 바로 2017년 6월 3일 런던에서 벌어진 테러의 현장이었다.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는 이 스케이터의 희생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당시 사건과 더불어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이그나시오 그리고 테러 이후의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다. 스페인 페롤(Ferrol) 출신의 1978년생 이그나시오는 카톨릭계의 집안에서 자랐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2개의 대학교를 다니며 법을 공부하고, 이후 런던의 한 은행에서 자금 세탁 방지 분석가(Money Laundering Prevention Analyst)로 일했다. 스케이트보딩뿐만 아니라 서핑, 골프, 스쿼시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