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보드 문화는 현재 올림픽 종목과 코로나라는 여러 상황이 겹쳐 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중에게 점차 스케이트보드가 자리 잡으며, 유스 컬처에 영향력을 끼치는 매체라기보다는 단순한 청소년의 스포츠나 놀이 정도라는 인식이 커졌다. 따라서 스케이터의 개성과 스타일보다는 더욱더 어려운 기술을 성공하거나 대회 성적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실제로 파크에 있는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그들의 꿈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에서 자신의 시그니처 데크와 신발을 발매하는 것이 아닌,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스케이트보드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지친, 스케이터 개인의 창의성과 고유성을 사랑하는 스케이트보드 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비디오 해리 빌리엇(Harry Billiet)의 “Still Hobby” 가 공개되었다. 올해 7월 반스 유럽의 비디오, “Betty”를 제작하며 신(Scene)의 새로운 필르머로서 얼굴를 드러내기 시작한 해리는 2017년부터 꾸준히 자신의 비메오 계정에 자신의 친구들과 만든 영상을 업로드했다. 짧은 영상부터, 19년 초 “HOBBY”라는 30분 분량의 영상까지 꾸준한 창작 활동을 벌였는데, 약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많은 스케이터에게 알려진 해리는 이번 영상에서 현재의 스포츠적인 흐름과는 상반되는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가까운 모습을 영상에 담아냈다.
영상 내 프로 스케이터 또는 AM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며, 대다수는 진짜 신을 형성하는 호미(Homie)들이다. 영상 속 호미들은 대회에 나가는 선수나 거대한 브랜드의 지원을 받는 프로 같은, 누가 봐도 감탄을 부르는 모습들을 찾기는 어렵지만 스케이트보드라는 문화의 본질에 가까운 순간들을 보여준다.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옷차림부터 시작해 독특한 스팟을 찾아내 본인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기술, 가장 과격하면서도 부드러운 기술을 선보이는 것. 가장 날 것의 모습들. 무엇보다 영상 속 스케이터들은 혼자 보드를 타는 일 또한 없다. 자신의 크루, 호미들과 모든 여정을 함께하며 각자의 기술을 보고 감탄하는 동시에 축하를 아낌없이 보낸다.
영상 구성 또한 등장하는 주인공 못지않게 뛰어나다. 스케이트보드라는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클립을 영상의 처음과 끝에 배치한 점, IDM, 알앤비, 힙합 등 각 스케이터의 개성만큼 다양한 음악 장르가 뒤섞인 사운드트랙, 엔딩 크레딧 또한 가장 원초적인 길거리 예술인 그래피티 태깅으로 영상을 마무리하는 점 등 필르머 해리가 보여주고 싶은, 바라는 스케이트보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잘 담아냈다.
본 영상 내 트릭들은 일반적인 프로의 비디오, 브랜드의 풀 렝스 영상처럼 감탄을 자아내지 않는 수준의 것일 수도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술과 라인은 이 영상을 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스케이트보드 매거진, 솔로(Solo)에서는 본 비디오에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이 비디오는 스케이트보드 신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This video shows how a scene in skateboarding should be)”. 스케이트보드의 스포츠적인 요소 또한 우리가 스케이트보드를 사랑하는 이유겠지만, 이 문화에 우리가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쏟는 이유는 각자가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본인만의 스타일이 여과 없이 드러난 ‘날 것’ 같은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17분이라는 긴 분량의 영상에서 솔로 매거진의 말처럼 우리 모두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