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경기장, 엄청난 덩치의 스트롱맨들이 마주 보고 서로를 불꽃 튀게 째려보고 있다. 이후 갑자기 들리는 소리는 다름 아닌 ‘짝!’. 링 위에서 펼치는 일대일 토너먼트인 ‘뺨 때리기 대회(Slap Fight)’는 단순하게 스트레스 해소의 가장 원초적인 수단인 쾌감을 맛볼 수 있기에,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룰은 아주 단순하다.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상대의 뺨을 손바닥으로 가격하면 끝. 하지만 사실 뺨이 아닌 턱을 노려 뇌에 충격을 줘 상대방을 ‘녹아웃(Knock Out)’ 시키는 게 승리 전략에 가장 가깝다. 당연히 방어 수단은 없으며, 뒷짐을 진 채 온전히 충격을 느껴야 한다. 60초 이내에 회복하고 다시 제자리에 서야 공수가 전환된다.
뺨 때리기 대회의 시초는 2019년 러시아의 ‘시베리안 파워쇼(Siberian Power Show)’로, 얼떨결에 참가한 농부 출신의 우승자 바실리 카모츠키(Vasily Kamotsky)의 괴력적인 파워가 영상과 미디어로 바이럴되며 점점 인지도를 쌓게 됐다. 이후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뺨 때리기 대회 브랜드 ‘파워 슬랩(Power Slap)이 UFC 측의 주도 아래 열렸고, 네바다주(州) 체육 위원회는 뺨 때리기 대회를 정식 스포츠로 승인하기까지 한다.
시간이 지나자 남성뿐만이 아니라 여성들도 참가하기 시작했고, 자극적인 소재를 원하는 일부 미디어와 인플루언서들의 결합으로 배덕감을 느낄 수 있는 2차적인 콘텐츠들 또한 등장하고 있는 상황.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자 당연히 가학성에 대한 비판이 스멀스멀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뺨 때리기 대회는 단순 쇼일뿐 스포츠로는 인정할 수 없다”라며 스포츠 정신에 대해 상기시키는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는 “녹아웃을 자주 경험하면 치매 및 만성외상성 뇌병증, 퇴행성 뇌 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양한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열기를 내뿜고 있는 뺨 때리기 대회. 최대 13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걸고 펼쳐지는 대회 속 경기장에는 이런 표어가 붙어있다. “No pain, No gain” 역시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나 보다.
이미지 출처 | FIGHTMAG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