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오스트리아의 예술가 안드레 헬러(Andre Heller)는 예술과 어트랙션 체험이 결합된 이 세상 단 하나뿐인 특별한 형태의 놀이공원을 구상한다. 당대 세계 최고 예술가들이 직접 놀이공원의 형태로 예술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에 개장했던 ‘루나 루나(Luna Luna)’의 탄생이다.
당시, 이 원대한 계획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키스 해링(Keith Haring),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등 총 32명의 내로라하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곧바로 참여했다. 이들 모두가 열의를 갖고 예술작품을 만들 듯 공원과 어트랙션 디자인에 뛰어들었고, 그렇게 루나 루나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뮤지컬, 키스 해링의 회전목마, 바스키아의 관람차, 살바도르 달리의 파빌리온 등 듣기만 해도 기대감을 자아내는 기념비적 어뮤즈먼트들이 자리하게 된다.
각각의 기구는 개별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대단했는데 미적 디자인은 물론, 기구마다 그것에 알맞은 음악이 따로 준비됐을 정도였다. 가령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은 필하모닉과 함께 호크니의 놀이 기구를 위한 음악을 특별히 녹음했고, 바스키아는 자신의 관람차를 위해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앨범 [투투(Tutu)]를 선택했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놀이기구 하나하나가 종합예술작품인 셈이다. 잡지 ‘라이프(LIFE)’는 이 프로젝트를 두고 ‘지구상에서 가장 아찔하고 눈부신 예술 쇼’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루나 루나는 1987년 6월 4일부터 8월 31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짧았던 개장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당초 루나 루나는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전시될 것으로 기획되었으나, 계약과 소송 등 복잡한 법률관계에 묶여 모든 투어 계획이 무산되었고, 비엔나 시에서 약속했던 구매 계획까지 여러 가지 사정에 치이며 수포가 된 것. 그렇게 지상 최대의 예술 놀이공원 루나 루나는 원대했던 계획을 뒤로하고 해체된 채로 텍사스 사막의 컨테이너 안에서 무려 35년을 방치됐다.
그런데 지난 11월 17일, 루나 루나의 부활에 대한 소식이 뜻밖의 인물에게서 들려왔다. 바로 미국의 유명 래퍼 ‘드레이크(Drake)’와 그의 크리에이티브 콜렉티브 ‘드림크루(DreamCrew)’가 루나 루나의 재개장을 위해 무려 1억 달러, 한화 약 1,35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드레이크는 성명을 통해 “루나 루나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루나 루나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하고 특별한 방법이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 즉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큰 아이디어이자 기회다.”라고 밝혔다.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드레이크의 팀은 다양한 기술자 및 예술인들과 함께 공원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동시에 관련한 다큐멘터리 제작도 진행 중이라고.
루나 루나는 재단장에 성공한다면 곧장 과거에 실패했던 북미 투어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과연 무산되었던 프로젝트가 이번에야말로 문화적 금자탑으로 다시 우뚝 설 수 있을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완에 그쳤던 예술적 유산이 35년이란 긴 세월을 넘어 다시 빛을 볼 수 있을까? 루나 루나의 최초 기획자 안드레 헬러는 최근 인터뷰에서 루나 루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35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제 사랑과 사과를 받아주십시오.”
이미지 출처│ Luna Luna / Dr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