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국어 시험의 단골손님,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이 무려 1억 5100만원에 낙찰되며 현대 문학사 낙찰 최고가 기록을 새로이 장식했다.
지난 22일 열린 제263회 코베이옥션, ‘삶의 흔적’에 출품된 ‘님의 침묵’ 초판본은 5500만 원으로 시작해 낙찰가 1억 5100만 원에 종료되며, 2015년 1억 3500만 원에 낙찰된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 기록을 뛰어넘게 됐다. 물론 문학작품의 가치가 숫자로 결정될 수는 없겠지만, 그 액수만큼이나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 바로 ‘님의 침묵’ 이다.
이번 경매에 모습을 보인 ‘님의 침묵’ 초판본은 한용운이 1925년 옥고를 치른 후 완성한 시 동명의 ‘님의 침묵’을 포함해 이듬해 회동서관에서 모은 그의 시 88점을 엮어 출간한 시집이다. 초판본에는 ‘님의 침묵’ 외에도 ‘알 수 없어요’, ‘비밀’ 등이 수록돼 있으며 시집 앞으로는 창작 동기가 적힌 ‘군말’이, 뒤로는 ‘독자에게’가 붙어 있는다.
수업 시간에 배운 바대로 ‘님의 침묵’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일제 강점기 시대를 살아가며 숭고한 저항의 뜻을 드러내기도, 사랑하는 ‘님’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그리기도 한 ‘님의 침묵’이지만, 초판본은 물론 재판본까지 출간 직후 일제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현대 문학사 역대 최고가 갱신으로 주목받고는 있지만, 액수만큼이나 드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님의 침묵’을 오래간만에 되뇌어 보는 일도 좋겠다.
이미지 출처 | 코베이옥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