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용모를 고평가하며 잘난 체하든, 한없이 깍아내리든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사람의 얼굴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테다. 마치 RPG 게임 속 캐릭터의 눈, 코, 입, 헤어스타일 등에 변화를 주며 기분을 전환하는 것처럼, 혹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20세기 대표작, “페이스 오프(Face Off)”에서 FBI요원 숀이 테러범 캐스터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이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의 마스크 전문 제작 업체 카멘야 오모테(Kamenya Omote)와 함께라면 꿈만 같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이유인즉슨,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카멘야 오모테의 대표 슈에이 오카와라(Shuei Okawara)가 자신의 얼굴을 본뜬 실사 페이스 마스크를 제작한 것. 3D 페인팅을 이용해 완성한 해당 제품은 ‘That Face’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제 얼굴 크기의 105% 제작해 모든 사람들이 이 기괴한 마스크를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실제 도쿄 시민들에게 얼굴 제작 신청을 받으며 본인 이외에도 두 명의 여성과 남성 한 명의 얼굴을 실사 마스크로 제작했다. 현재는 엣시(Etsy) 웹사이트를 통해 눈의 유무와 섬세함에 변화를 준 다양한 버전의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
슈에이 오카와라는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마스크 숍’에 대한 이미지를 창조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마스크 숍이 사람들의 얼굴을 사고파는 일은 필연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범죄 오용에 관해서는 “범죄는 영화 속에서만 창의적이다. 은행 강도 때문에 발라클라바 판매를 규제할 건가? 환경오염 문제에 관해서는 옷 생산자의 사회적 책임이 따를 수 있겠지만, 착용자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 때문에 옷 생산자가 비난을 받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모테’가 일본어로 ‘얼굴’을 뜻하듯, 사람의 얼굴을 활용한 카멘야 오모테의 창의적 시도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께름칙한 비주얼이 마치 AI 이미지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가운데, 과연 또 어떤 프로젝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카멘야 오모테의 행보를 주목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