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의 수업 과목이자 교재로 채택됐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하 왕국의 눈물)”은 2023년 5월 닌텐도에서 발매한 게임으로, 주인공 ‘링크(Link)’를 광활한 세계 속에서 자유롭게 조종하는 것이 특징인 오픈 월드 게임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시스템이 있다면 ‘조나우 기어’일 것이다. 고대 유적인 조나우의 유물들을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조립하여 기계 장치를 만들 수 있는 방식으로, 선풍기, 날개, 타이어, 열기구, 로켓 등 27종의 재료를 활용하여 자동차, 비행기 등 기본적인 탈 것에서부터 호버 바이크, 공격 헬리콥터, 장갑차, 거대 로봇 등 기상천외한 병기까지 무궁무진한 기계를 만들 수 있다. 때문에 누가 더 진기한 기계를 만들어 내는가를 겨루는 일이 빈번히 일어났고, 이는 “왕국의 눈물”의 주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다.
메릴랜드 대학교의 A. 제임스 클라크 공과대학(A. James Clark School of Engineering) 교수 라이언 D. 소콜(Ryan D. Sochol) 또한 “왕국의 눈물”이 발매된 직후부터 열심히 즐겨 왔다. 사실 그는 그야말로 닌텐도 ‘덕후’였는데, 2021년에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손으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를 플레이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소콜은 “왕국의 눈물” 발매 후 사람들이 온갖 기계를 만들고 신나게 경쟁하는 현상에 흥미를 느꼈고, 게임을 수업에 활용한다면 학생들이 기계 공학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장점도 많았다. 전문 기계 설계 소프트웨어는 너무 비싼 데다가 완성품의 출력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데 비해, “왕국의 눈물”은 가격도 합리적인 데다, 조작하는 즉시 설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사소한 디테일을 제외하면 게임의 물리 엔진은 현실의 물리 법칙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약간의 제한만 두면 기계 설계 프로그램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는 곧바로 “젤다의 전설: 기계 설계와의 연결(The Legend of Zelda: A Link to Machine Design)”이라는 이름의 강의 계획서를 작성했다. 계획서를 제출하고 얼마 있지 않아 해당 수업은 정식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주당 50분의 1학점 과정이지만 신청 학생 수는 강의 정원의 두 배나 넘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결국 올해 가을 학기에 시작된 “왕국의 눈물” 강좌는 내년 봄에도 개설된다. 소콜은 당분간 학기마다 같은 수업을 열 계획이라 밝혔다.
소콜은 레딧(Reddit)의 “왕국의 눈물” 창작 기계 공유 서브레딧인 “하이랄 엔지니어링 클럽(Hyrule Engineering Club)”에서 수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의 코멘트에 따르면, 해당 수업의 과제로는 ‘장치를 만들어 미니 던전인 사당을 클리어하라’, ‘만든 장치로 다른 학생들과 경주하라’ 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준비되어 있다. 수업을 만들게 된 경위와 수업을 진행하며 얻은 교훈도 눈에 띈다. 게임에서 일어난 버그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학생들을 평가하기 위해 어떤 객관적인 지표를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등이 있었다고. 수업의 규모를 키우고 닌텐도 스위치 구매를 위한 자금 지원 신청을 하고 있다는 등 현실적인 고충을 비추기도 했다.
소콜은 해당 서브레딧에서 수업에 대한 비화를 풀 뿐 아니라, 수많은 “왕국의 눈물” 게이머들과 다양한 게임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현재 “왕국의 눈물” ‘엔지니어’들이 맑은 눈으로 소콜의 비대면 수업에 참가하는 중이다. 소콜 또한 하이랄 엔지니어링 클럽의 수많은 데이터를 수업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소콜은 수업과 다른 업무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답변을 주겠다고 해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왕국의 눈물”에서 다양한 기계를 만들고 보여주는 데 관심이 많았다면, 하이랄 엔지니어링 클럽에서 소콜 교수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려 보자. 기계와 엔지니어링에 관심이 많은 ‘공돌이’ 또한 환영한다. 직접 수업을 듣지는 못해도, 친절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Nintendo, Ryan D. Sochol on YouTu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