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am의 화제작 “Banana”의 몰락

얼마 전 최대 동시 접속자 수 91만 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발더스 게이트3’의 최대 동시 접속자 기록까지 제친 스팀(Steam) 무료 게임, “바나나(Banana)”. 단지 화면에 보이는 바나나를 클릭하는 게 전부인 이 게임은, 매크로까지 허용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빨리, 무한대로 클릭하는 것도 가능했다. 당연히 바나나 클릭 횟수로 순위를 겨루는 게임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바나나”에는 어떤 경쟁 요소도 없으며 클릭 횟수 또한 바나나를 얻는 것에 어떠한 영향도 없기 때문.

사실 단순히 바나나를 얻는 행위가 끝인 이 게임은, 얻은 바나나를 ‘스팀 장터에서 사고팔 수 있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켜고 가만히 놔두면 3시간마다 노란색 ‘평범한 바나나’를 획득하고, 18시간마다는 ‘레어 바나나’를 얻을 수 있다. 한편으로 클리커 게임을 모방하고 있지만 클릭 횟수는 게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일종의 기믹적인 성향. 재밌는 점은, 스팀 장터에서 거래되는 바나나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평범한 바나나는 0.21원, 대부분의 레어 바나나는 몇백 원대에 거래되고 있었다. 하지만 전체 물량이 스팀 서버 내에 몇십 개밖에 되지 않는 바나나의 가격은 몇 십만 원부터 시작해 전체 물량이 25개뿐인 ‘크립틱나나(Crypticnana)’는 230만 원대, 스페셜 골든 바나나(Special Golden Banana)는 190만 원까지 치솟았다. 물론 스팀 장터를 통해 사고판 바나나를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선물용 게임 키를 구매한 후 리셀러 사이트 등을 이용해 거래를 해야 했지만, 첫 스페셜 골든 바나나가 12만 원에 거래되었다는 점을 보면 후 판매자는 약 15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거둔 셈.

하지만 이런 “바나나”의 흥행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많았다. 클리커 게임도 아니고, 방치형 게임도 아닌 그냥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바나나가 생성되는 “바나나”는 게임으로 보기 여러모로 애매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 사실상 블록체인 기술만 적용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 게임은 바나나를 채굴하는 채굴기로 봐도 무방했다. 결국 이런 투기적 성격 때문일까, 7월 현재 “바나나”의 유저수의 약 65%가 이탈했다. 6월 20일 동시접속자 수 91만 명이 7월 5일에는 29만 명까지 떨어진 것. 또한 알고 보니 코인과 다르게 바나나를 장터에 판매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스팀에서 게임을 구매하는 데에만 사용할 수 있었고, 더하여 판매 수익 중 일부는 스팀과 게임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장터에서 바나나를 저렴한 값에 구입해 비싸게 되팔려고 하던 유저들은 이 사실을 알고 대거 이탈하게 되었다.

한편, “바나나”의 흥행 이후 곧바로 “달걀(Egg)”, “고양이(Cats)”, “오이(Cucumber)” 등 다수의 ‘바나나라이크(Bananalike)’ 아류작이 출시된 것도 재밌는 현상. 모두 “바나나”와 별 다를 바 없이 특이한 고양이나 오이를 스팀 장터에 파는 걸 목적으로 했지만, “바나나”의 인기가 시들자 아류작들도 당연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미지 출처 | S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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