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포스터의 특징을 눈치챈 적 있는가. 한국 상업 영화 포스터에 공식처럼 읽히는 지점이 있듯이, 일본 또한 디자인적으로 눈에 띄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통의 특징이 있다. 포스터의 첫 번째 핵심은 ‘가시성’이라는 듯 큼지막한 주연 배우의 얼굴, 강렬한 색감과 어드벤처 느낌의 삼각 구도. 이러한 특징은 시간을 거슬러 1950년대 한국 영화 포스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한국으로 수입되는 외화 중 다수가 일본을 거쳐 들어왔기 때문. 일본에서 먼저 제작된 포스터를 각 극장의 간판 화가가 모방하여 게시하는 경우가 흔했고, 디자인뿐 아니라 제목의 번역과 타이포그래피까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 눈에도 당시 일본 포스터 디자인이 익숙하며 그 흔적이 남아있는 포스터를 구시대적인 디자인으로 생각하게 된다. 클리셰는 뻔하지만 적절하게 작용한다. 상업영화의 포스터 공식도 같은 원리가 아닐까.
트위터리안 나미야 류하치(Namiya Ryuhachi, 南宮龍八)는 이런 일본 포스터의 특색을 적극적으로 활용, 1970~1980년대의 과거로 가져간다. 재밌는 점은 그가 한국 영화의 팬이라는 것. 개인 블로그 텀블러, 트위터를 통해 게시한 리디자인 포스터는 대개 인지도 높은 한국 영화를 과거 일본의 디자인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있다. 빈티지한 색과 질감, 검정과 광량을 다루는 방식의 디테일이 그 시대 포스터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한다. 배우의 얼굴을 증명사진처럼 늘어놓는 것 또한 최근에는 잘 쓰지 않는 옛 스타일. “부산행”은 영화에 나온 코레일 기차 이미지를 활용했음에도 구디자인으로 착각할 만큼 콘셉트 재현이 확실하다. “암살” 같은 시대극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대개는 영화 내용을 충실하게 담고 있는데, “괴물” 포스터는 ‘한강의 대괴수’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의 유명 괴수 ‘고지라’를 대치시킨다. ‘가메라’, ‘모스라’, ‘킹콩’ 등과 싸워온 고지라의 괴수 시리즈를 잇는 대결 구도로 ‘고지라 대 괴물’이라는 패러디물로 제작됐다. 액션 영화의 비중이 높지만, 이 외에도 “시월애”, “파이란”, “라라랜드(La La Land)” 같은 로맨스 영화도 있으니 구경하는 맛이 있을 것. 번외로 VHS 비디오 디자인도 간혹 업로드되는데,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점장 추천’ 스티커와 ‘남궁 비디오’ 로고, 변색하고 벗겨진 종이 표현 등은 사실감을 더한다.
그의 트위터를 들여다보면 남궁용팔 선정 한 해의 TOP 10 한국 영화 리스트나 국내 제작, 캐스팅 소식은 물론 계엄령과 집회 리트윗도 종종 올라오고 있어 그의 진심 어린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점점 감쪽같아지는 그의 작업물을 사이트를 통해 확인해 보자.
南宮龍八 (Namiya Ryuhachi) X 계정
南宮龍八 (Namiya Ryuhachi) Tumblr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Namiya Ryuha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