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중생과 고질라의 뜻밖의 로맨스, “탐정! 나이트 스쿠프”

야마자키 다카시(山崎貴) 감독의 “고지라-1.0(ゴジラ-1.0)”이 엊그제 미국에서 열린 96회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에서 “미션 임파서블”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같은 미국의 거대 제작 및 자본 시리즈를 제치고 시각효과상을 거머쥐며 고질라(Godzilla) 프랜차이즈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야마자키 감독을 비롯한 주요 제작진은 레드카펫에서 구두 뒷굽에 고질라에서 감명받은 울퉁불퉁한 장식물이 달린 일명 ‘고질라 신발’을 신으며 화제를 끌기도 했는데, 비단 이번 호재를 통해 주목할만한 고질라 관련 트리비아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마 가장 신선한 소식은 고질라가 과거에 우리 중 한 명, 즉 실제 인간과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와타나베의 고질라 컬렉션.

듣기만 해도 초현실적인 상황은 일본의 아사히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문제 해결식 예능 쇼 “탐정! 나이트 스쿠프(探偵!ナイトスクープ)”를 통해 방영되었다. “탐정! 나이트 스쿠프”는 일본의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불가사의하고 기이한 사건에 대해 탐정으로 변신한 개그맨들이 제보를 받아 해결하는 버라이어티 쇼로, 종종 시청자의 특이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 성취 기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고질라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와타나베’라는 한 중학생 소녀. 언젠가 이 전설적인 괴수와 결혼을 희망한다며 고질라와 단 하루의 데이트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편지로 제작진과 패널을 매료하여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실제로 제작진이 와타나베 학생의 집에 방문했을 때 와타나베는 고질라 시리즈의 모든 영화를 보았던 이력과 각종 액션 피규어 및 굿즈 컬렉션을 자랑했는데, 심지어 고질라의 울음소리마저 완벽하게 따라하는 재주 또한 선보였다.

본인이 직접 그린 다소 별난 팬아트를 자랑하며 고질라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와중, 커튼이 열리고 와타나베가 꿈꾸던 고질라가 실제로 눈앞에 등장하고야 만다. 물론 영화 속 사이즈보다는 몇 배 축소된 형태지만, 그는 기쁨에 넘쳐 말을 잃은 채 땅에 엎드리고 과호흡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데이트에 나선 와타나베와 고질라는 아와지 섬에 위치한 고질라 뮤지엄에 방문하여 나란히 손을 잡고 고질라 디오라마 구경을 하고 주변 공원을 산책하며 가라아게 도시락을 나눠먹는 등, 여느 연인처럼 자연스러워 보이기에 더 초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데이트를 즐긴다. 어느새 하루가 저물며 데이트의 끝물에 다다른 와타나베는 코로나 시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명 마스크를 내린 후 고질라에게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용감하게 고백하는데, 과연 고질라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직접 위 동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기를.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거대한 이족보행 괴수와 평범한(?) 중학생 소녀의 로맨스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와타나베는 고질라를 애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절대 외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을 기반으로 하는 고질라 여성 협회(Godzilla Women’s Association)가 존재하는데, 2014년 7월에 찍힌 거대한 고질라 모형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수십 명의 여성 고질라 팬들의 단체 사진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여러 여성 팬을 거느리고 한 소녀로부터는 청혼 요청까지 받아낸 이 강력한 카이주(怪獣)의 깊은 매력은 대체 무엇일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곧 “고지라-1.0”이 국내 개봉할 수도 있으니 관심이 생긴다면 추후 발표될 정보를 기다려보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 Facebook,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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