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14년 전인 1903년, 프랑스의 두 라이벌 스포츠 신문사의 판매 경쟁으로 탄생한 대규모 사이클링 대회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전 세계적인 대회이자 자전거인을 위한 축제이다. 라인 강이 반으로 갈라놓은 도시, 독일 서부에 위치한 뒤셀도르프(Düsseldorf)에서 출발하여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에 도착하는 ‘투르 드 프랑스’는 사이클링이 전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올해 7월 1일부터 24일간 진행되는 ‘투르 드 프랑스 2017’의 오프닝에는 특별한 게스트가 함께했다. 바로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을 ‘전자음악 시대’로 이끈 일렉트로닉 밴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가 참여한 것. 밴드의 수장 랄프 휘터(Ralf Hütter)는 이번 대회를 맞이해 독일의 바이크 제조회사 캐년 바이크(Canyon Bikes)와 협업하여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바이크 프레임 ‘Ultimate CF SLX’을 선보였다. 특별 제작된 이 모델은 세상에 오로지 21대만 존재하며, 한 대 당 가격은 8,999 파운드 ― 한화 1,340만 원 ― 에 달하니 아마 구하더라도 아까워서 못탈 수도 있겠다.
오늘날 일렉트로닉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크라프트베르크가 바이크 프레임을 디자인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우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왕성한 음악 활동하던 시기부터 랄프와 이전 멤버였던 플로리안 슈나이더(Florian Schneider)는 하루에 200km에 다다르는 하드코어 사이클링을 해왔다고 한다. 또한 ‘투르 드 프랑스’의 100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2003년 앨범 [Tour de France Sountracks]을 통해 사이클링을 향한 그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빠른 페달링이 전해주는 쾌감, 그리고 130을 넘나드는 빠른 BPM의 테크노, 이 둘의 유사함을 간파한 크라프트베르크의 안목이었을까. 이제 “Tour de France”를 들으며 사이클링하는 상상에 잠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