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수술 도구
지난 8월 5일 국내 최대의 커뮤니티 웹사이트 디씨인사이드(Dcinside)의 곤충 갤러리에 ‘부러진 나비 날개 수술기‘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다. ‘엊그저께 공원에서 나비를 주웠다’며 시작되는 이 글은 실로 놀랍다. 날개가 10mm가량 찢어져 곧 날지 못하게 될 나비를 포획한 작성자는 이 나비가 암끝검은표범나비 암컷이고, 해당 공원의 수컷과 암컷의 성비가 8:2인 점을 언급하며 해당 개체를 무사히 살려낸다면 공원 내 암끝검은표범나비 개체수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글에 첨부된 이미지는 야외에서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나비를 다시 날 수 있도록 도울 수술 도구와 자신의 수술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마치 파브르에 빙의한 것처럼 브리핑하며 한 걸음씩 진도를 나간다. 의도한 듯 안 한 듯 과할 정도로 진지한 멘트가 엄청난 흥미와 웃음을 유발한다. 수술이 끝난 후 꿀물까지 먹이는 작성자의 노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훨훨 날아가는 나비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꽤나 감동적이다.
치료 전과 후, 환자의 모습
작성자는 이제부터라도 길을 걷다 다친 나비를 발견하면 집에 데려와 치료하고 배를 채워 다시 날려 보낼 수 있는 곤충 갤러리 유저가 되어주길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참으로 근래에 보기 힘든 삶의 여유와 희생이다. 일, 공부 그리고 소셜미디어에 쫓기듯 사는 우리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이야기다. 지구에서 공생하는 생물들에게 인간도 의외로 도움이 된다고 당당히 어필하는 ‘부러진 나비 날개 수술기’를 꼭 정독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