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수많은 담론이 오갔음에도 여전히 ‘열정페이’가 횡행하는 진정한 정(情)의 나라 대한민국. 이는 문화예술계 종사자, 특히 포토그래퍼에게도 예외가 아닐 텐데, 주변으로부터 ‘사진 좀 찍는 놈’ 내지 ‘카메라 들고 다니는 놈’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부터 아마추어 포토그래퍼는 ‘열정페이’의 표적이 된다. 고생했다며 밥이라도 사주면 양반이겠지만, 많은 이들이 ‘친하니까’, 혹은 ‘너도 모델 필요하니까’라는 이유로 무보수 촬영을 강요할 터. 그중에서 가장 악질을 꼽아보라고 하면 역시 SNS 노출을 대가로 무보수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다. ‘난 인스타 팔로워가 어느 정도 되니, 내 피드에 네 사진을 몇 번 올리면 총 몇 명의 사람들에게 노출될 것이다’라는 논리인데, 그럴싸하지만 그놈의 ‘노출’이 대체 어느 정도의 환산 가치를 가진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이런 만행이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미국의 온라인 포토그래피 강의 사이트 포토그래피 도미네이션(Photography Domination)에서 획기적인 ‘노출 계산기(Exposure Calculator)’를 공개했다. 사진 용어 ‘노출’이 아닌 SNS 노출을 과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계산해주는 본 웹사이트는 포토그래퍼의 주 장르, 경력, 카메라 브랜드, 유명인 촬영 여부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촬영에 대한 보상으로 정확히 몇 회의 SNS 노출을 보장 받아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더욱 유용한 것은 노출 횟수 이외에도 금전적 보수와 팔로워 수 등의 다른 환산 가치도 함께 보여준다는 점. 진행하고자 하는 작업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일인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꽤 유용한 보조도구가 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과학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측정된 수치라고 해도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을 터.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포토그래피 도미네이션 측도 본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열정페이’ 문화를 비꼬기 위한 패러디이니 전문적인 용도로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전문적인 도구라기보다는 ‘진지하게 포토그래퍼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SNS 노출만으로는 절대 일을 하지 말 것(Of course, if you’re serious about becoming a photographer you should almost never work for “exposure” alone)’을 강조하는 포토그래피 도미네이션의 교훈이 ‘노출 계산기’의 진정한 제작 목적일 것. 그들의 메시지에 공감한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노출 계산기’를 직접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