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Taiga Takahashi의 국내 첫 전시 @Cociety

고깃집 불판 위의 기름을 본 적 있는가? 우리는 종종 기름이 한 곳으로 모여 차갑게 식은 뒤 남은 뭉근한 기름 덩어리를 목격하곤 한다. 이는 ‘아카이브(Archive)’라 불리는 매체와 닮아 있는 듯하다. 아카이브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 스놉들에 의해 현학을 넘어 장난감이 되어버린 현재, 질문 하나 던져 본다. 여러분들의 아카이브는 안녕한가요?

아카이브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오랜 세월 동안 보존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가치 있는 자료를 기록하는 것(출처: 우리말샘)’. 실로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가치 있는’이란 형용언 때문인지 몰라도 그 의미가 참으로 애매하게 느껴지는 ‘아카이브’. 하지만 불판 위 기름과 같이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흘러든 존재들이 어느새 하나의 매스(Mass)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있자니, 진정한 전통은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어느 건축가의 말이 절로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과잉 생산과 무분별한 소비가 범람하는 시대 속 우리의 불판에는 기름이 아닌 시너(Thinner)가 타오른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휘발되고 축적되는 바가 없다. 이처럼 휘발되어 가는 시간으로 희미해진 전통과 정체성이 만연한 지금, 어떻게 ‘가치 있게’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아카이브를 단지 있어 보이는 금장도가 아닌 뭉쳐있는 시간을 해체하고 다시 응집시킬 유화제이자 응고제로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그 담론의 해답과 선례를 어느 디자이너의 손길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소식이다.

뉴욕과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타이가 타카하시(Taiga Takahashi)의 국내 첫 전시 ‘Between Time & Space’가 다가오는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코사이어티 서울숲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UAL)에서 패션을 수학한 뒤 브랜드 T.T를 창립한 그. 10대 시절부터 1000점이 넘는 빈티지 의복을 아카이빙했던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났던 그는 의복의 원단, 바느질, 디테일을 고고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현재의 눈으로 재해석했다고. 이러한 이유로 ‘과거의 유물을 부활시켜 미래의 유물을 발굴한다’는 기조에 맞게 T.T는 일본 전통 직조 기술과 염색 기법, 바느질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타이가 타카하시의 작업물과 아카이브를 비롯해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타이가 타카하시의 진면모를 보여줄 예정. 철 소재 불상을 비롯해 목재 건축 조각 등 그가 영향받았던 여러 레퍼런스는 물론, 함께 전시되는 다도 퍼포먼스와 음악 등 다양한 매체와 형태의 일본 전통 미학은 그와 그의 브랜드 정체성과 지향점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다도 장인 미쿠보 에리코(Eriko Mikubo)와 조각가 이즈미 마사토시(Masatoshi Izumi), 사운드 아티스트 토모코 소바주(Tomoko Sauvage)와의 협업 또한 이번 전시의 묘미다. 이를 통해 패션이란 가장 시공간에 예민한 영역 내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타카하시의 철학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바.

필자는 서두에 아카이브를 불판 위 기름에 비유했다. 어떠한 가공 없이 굽기만 하는 이 요리법만큼 웰빙 시대에 적합한 것이 있을까. 더불어 적당량의 기름기는 건강에 좋고 그 맛의 고소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이 기름을 수집하는 행위인 아카이빙은 인류사의 진정할 웰빙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과거와 현재의 파편을 포착하고 수집하는 아카이빙이야말로 전통을 여전히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장인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간 휘발되어 떠다닌 시간에 눈이 시큰거렸다면, 일본의 어느 디자이너의 장인 정신을 안경 삼아 시간들 사이에서 숨 쉬고 있는 영원한 우리의 모습을 지금 확인해 보자.

Taiga Takahashi 공식 웹사이트
Taiga Takahashi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일시 | 2023년 12월 1일 ~ 2023년 12월 3일
장소 | 코사이어티 서울숲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82-20)


이미지 출처 | Taiga Takahashi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