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다양한 신(Scene)이 존재한다. 한국말로 옮기자면 ‘바닥’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좋게는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터전을 마련하고 나쁘게는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 OO신이라는 건 인간관계와 일련의 사건들로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이런 복잡함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전시를 소개한다. 신의 주제는 그래픽 디자인이다. 2015년 11월, 독립출판 페어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성황리에 마친 일민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그래픽 디자인,2005-2015,서울’이 바로 그것. 쉽게 말하자면 한국 그래픽 디자인 신 근 10년간의 정리인 셈이다.
“이 전시는 2005년 이후 10여 년간 서울에서 이루어진 그래픽 디자인 전반을 공평하게 다루지 않는다. 이를테면 기업 연례 보고서나, 통신 회사 안내서, 금융 상품 광고 등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전시는 문화영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소수 개인 디자이너의 작업에 집중한다.” -전시소개 일부
필자는 지난 주말, 전시에 다녀왔는데 언리미티드 에디션 만큼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고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지적일 것만 같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게임은 이미 판이 매우 커진 것처럼 보인다. 이 게임에 위화감이 생긴다면 그들만의 리그로 보일 것이고, 존경심이 있다면 그 바닥 속에 자신을 투영시킬 것이다.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현주소와 실력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를 체크하고 싶다면 가볍게 한번 시간을 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