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횡단을 제대로 경험한 사람이 전무했던 1895년에서 1922년까지는 남극을 탐험하겠다는 굳은 의지 하나만으로 지도 한 장 없이 전 과정을 밟아나가야 했기에, 남극 탐험사에서는 이를 ‘영웅 시대’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1989년에서 1990년, 그 영웅 시대를 기록할만한 지점으로 여긴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는 남극 횡단을 위해 탐험가들로 구성된 국제 원정대를 조직했다. 탐사의 목적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과 기후변화가 일으키고 있는 이상 징후에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었다.
최근 노스페이스가 발표한 영상, “역사의 평화(Peace of History)”에서는 횡단의 팀원으로 함께한 윌 스테거(Will Steger)가 당시의 탐험이 그에게 의미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그 과정을 쭉 함께한 재킷에 새겨진 원정대의 출신 국가 깃발은 극한의 추위에서 그에게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 형제애와 단합, 그리고 믿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최근 브랜드는 캡슐 컬렉션 ‘Trans-Antarctica’을 통해 그들이 앞서 담론을 형성한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다시 한번 조명하고자 한다. 컬렉션은 기존 탐사과정에서 활용되었던 파카와 플리스 재킷, 그리고 절개 패턴이 돋보이는 팬츠가 리뉴얼된 버전으로 구성되었다. 제품군의 색상은 여느 브랜드의 스테디셀러 제품인 블랙 외에도 탐사 당시 가시성을 위해 고안되었던 블루, 레드 오렌지 및 퍼플이 동일한 선택지로 제공되며, 참여국의 깃발을 총망라한 패치가 주된 정체성을 이룬다.
본 컬렉션은 무려 30년이나 앞서 환경이슈에 국제 여론의 관심을 모았던 기존의 선례를 재조명하는 노스페이스의 독자적인 행보다. 패션 브랜드가 이어나가야할 과업인 환경 문제에 앞장 서면서도, 타 아웃도어 레이블이 선방하고 있는 현대적인 해석을 탄탄한 브랜드의 역사에 힘을 싣는 전략으로 영리하게 비껴나가는 본보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