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으로의 회귀, Balenciaga 23 Winter 컬렉션

뎀나(Demna)의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돌아왔다. 지난 11월 불거진 아동 성 착취 논란으로 온갖 비난과 불매운동에 시달려야 했던 발렌시아가와 뎀나가 택한 대답은 정공법이었다. 런웨이 위에 로봇을 등장시키거나 관객들 사이로 몸을 던지는 등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것 같던 요즘의 컬렉션 행태와는 달리, 마치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패션으로 답하는 일뿐’이라는 듯, 의복 그 자체에만 집중한 차분하고 정숙한 컬렉션을 선보인 것.

테크노가 아닌 잔잔한 기타 리프와 함께 쇼의 오프닝을 연 올블랙 오버사이즈 테일러링 슈트를 시작으로 어깨를 강조한 트러커 재킷과 플로럴 드레스, 그리고 모토크로스(motocross) 부츠와 과장된 선글라스까지. 뎀나가 그동안 보여왔던, 발렌시아가의 가장 근본에 가까운 모습이 이번 컬렉션에 모두 집약돼 나타났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22 FW에서 선보인 전신 로고 테이프 룩을 비롯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던 로고 플레이가 일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그간 브랜드 특유의 로고를 내세우며 이를 다채로운 컬렉션 피스의 일부로 선보여온 그들이기에, 이번 컬렉션을 통해 뎀나가 얼마나 신체와 천이 만들어 내는 실루엣에만 집중하려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뎀나는 쇼 노트를 통해 “지난 3개월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패션에 대한 나의 사랑을 다시금 일깨워 줄 안식처가 필요했고, 옷을 만드는 일이 내게 그러한 곳이었다.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고 나를 표현하는 할 수 있는 놀라운 일 말이다. 그렇기에 패션은 내게 더 이상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라며 이번 컬렉션을 설명했다.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 엔터테인먼트로 과열되어 가는 쇼장은 더 이상 뎀나의 놀이터가 아니다. 옷의 본질을 흐리는 모든 요소를 제쳐두고 그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완성해 내보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뎀나가 그의 실수를 바로잡고 앞으로 발렌시아가를 통해 걸어갈 길일 것이다.

근본으로의 회귀는 분명 가장 단순한 동시에 가장 어려운 길이다. 성공만 한다면야 모든 찬사를 독차지하겠지만, 실패라도 할 시에는 자신의 민낯을 속속들이 내보여야 하지 않나. 특히나 요즘같이 시끄러워야 살아남는 시대에 이를 실행하기란 웬만한 용기 가지고는 쉽지 않을 터. 런웨이 끝에서 리턴이 아닌 오직 직진을 택한 발렌시아가의 이번 쇼처럼 뚝심 가득한 뎀나의 정공법을 함께 감상해 보자.

Balenciaga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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