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구찌(Gucci)의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발탁된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그는 전임자 프리다 지아니니가 예정보다 일찍 나간 이유로 계획에도 없던 수석 디자이너의 자리에 앉게 된다. 물망에 오른 다른 후보에 비해 특별한 경력이 없는 터라 미켈레는 구찌의 터닝포인트와도 같은 지점에서 주변의 우려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그는 이태리 패션의 부활, 돌아온 구찌 르네상스와도 같은 극찬을 받으며, 화려한 컬렉션을 이어나가고 있다.
언젠가부터 고루한 이미지를 떨쳐낼 수 없던 구찌에 다시 형형색색의 자수를 수놓은 미켈레. 그는 새롭게 꾸린 크리에이티브 집단과 함께한 이번 A/W16 여성복 컬렉션으로 최근 밀란 패션 위크 무대를 장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무래도 스프레이로 찍찍 그은 액세서리 군이다. 그것은 바로 그라피티 아티스트, 트러블 앤드류(Trouble Andrew)의 작품으로, 미켈레는 이 길거리 아티스트에게 구찌의 모든 컬렉션 제품을 던져줬다. 이런 미친 짓은 톰 포드, 지아니니와 같은 인물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
‘GucciGhost’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앤드류는 구찌의 사주를 받지는 않았지만, 구찌를 상징하는 GG 로고와 같은 그래픽을 활용하여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이뤄낸 괴짜다. GucciGhost 프로젝트로 길거리에서 명성을 얻은 앤드류와 수석 디자이너 후보에도 없던 나름 신출내기 디자이너인 미켈레의 만남. 구찌의 르네상스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인물들의 손에 의해 열리고 있다. 처음으로 산 사치품이 구찌 시계였다고 말하는 앤드류. 그는 훗날, 이러한 협업이 현실로 이뤄질 줄 짐작이라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