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Balenciag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를 중심으로 7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런칭한 의류 브랜드 베트멍(Vetements), 2018 FW 남성복 패션 위크에서 남녀 통합 패션쇼를 선보인다고 발표했지만, 컬렉션 공식 명단에 이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많은 이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후 베트멍은 정식 스케줄이 아닌 오프 스케줄로 패션쇼를 개최한다고 파격적인 선언을 했고 이윽고 그 컬렉션이 공개됐다.
이번 베트멍 컬렉션은 프랑스 파리 북부의 골동품 시장인 ‘Paul Bert Serpette’ 마켓 복도에서 열렸다. 뎀나 바잘리아는 쇼핑몰, 게이 클럽, 레스토랑 등을 런웨이 장소로 선택하고 일반인 모델을 무대에 세워 기존 패션의 전통적인 규범을 거부하는 등 도발적인 발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The Elephant in the Room(모두가 아는 심각한 문제지만 그 누구도 언급하길 꺼리는 문제)’이라고 칭한다.
바잘리아가 생각하는 도전은 레퍼런스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그는 취리히 베트멍 스튜디오 옆에 있는 유치원에 가 아이들에게 ‘방 안의 코끼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여주며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손으로 그린 ‘Vetements Elephant in the Room’ 티셔츠가 탄생한 계기다. 이 외에도 다양한 슬로건 티셔츠가 등장했는데, ‘Hi, I Don’t Care, Thanks’의 베이지 티셔츠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베트멍은 어글리 프리티(Ugly Pretty)로 본인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이분법적 경계를 흐리며 그 기준을 모호하게 만든다. 안감과 겉감을 교체, 모자 위로 실크 스카프를 감은 연출법은 스타일에 대한 대담한 해석을 보여주었다. 베트멍을 꾸며주는 수식어 중 ‘레이어드’를 제외할 수 없다. 쇼의 클로징 모델은 헤드 스카프, 티셔츠, 두 개의 드레스, 운동화, 코트, 크로스 백 등 10개의 아이템을 착용, 통념을 깨트리는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올겨울 새로운 추위 극복 방법을 제시한 베트멍은 레이어드 코디를 비롯해 스웨어 런던(Swear-London)과 협업한 어글리 슈즈인 하이킹 부츠를 선보였다. 두꺼운 밑창이 특징인 하이킹 부츠가 이번 시즌 유행을 선도할 아이템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