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꿈나무의 끝없는 집착이 이뤄낸 결실, 다큐멘터리 “봉준호를 찾아서”

영화를 좋아하냐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용기는 없지만, 핀란드 영화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Aki Kaurismäki)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맥주를 물처럼 마셔대고, 숨 쉬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흡연으로 보내는 그를 보며 약간의 조바심과 희미한 목표가 생겼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언제 나빠질지 모르는 그의 건강 상태가 조금이라도 건재할 때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 최근 필자의 이런 막연한 꿈에 불을 지핀 영상이 있었으니, 바로 세 명의 영화 꿈나무가 영화감독 봉준호를 만나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다큐멘터리 “봉준호를 찾아서”.

2015년,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의 세 학생 정하림, 이지연, 박건식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한 “봉준호를 찾아서”는 어려운 영화계 현실 속 따뜻한 조언을 얻기 위해 봉준호를 찾아 나선다는 패기 넘치는 내용을 담았다. 무턱대고 들이밀고 보는 10대 청소년들의 열정 혹은 무모함 그리고 그에 따른 좌절과 집착. 오직 ‘봉준호를 만난다’는 일념하에 그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모든 인물들에 어떻게든 접점을 만들고 연락이 닿게 하고자 하는 세 사람의 노력은 오직 ‘학생’이기에 발산할 수 있는 발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어느새 두터워진 체면의 벽에 갇힌 어른들에 따끔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하다. “살인의 추억”에서 백광호 역을 맡은 박노식 배우에게 무턱대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당시 씨네 21의 주성철 편집장을 찾아가는가 하면, 영화과 교수들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기도 한다. 거절에 거절을 거듭하고 어렵사리 성사된 홍경표 촬영감독과의 만남, 홍경표 촬영감독은 “나는 자기들처럼 이렇게 대시하는 게 좋은 거야. 이렇게 대시하면 안되는 거 없어”라며 격려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과연 세 영화 꿈나무는 봉준호 만나기에 성공했을까?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따뜻한 조언을 구할 수 있었을까? 결과는 직접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확인해 보길 바란다. 잠시 꿈을 뒤로 미뤄뒀거나, 잊은 이들에게 색다른 자극제가 될 “봉준호를 찾아서”는 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공식 웹사이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K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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