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희귀한 오가닉 뮤직, 연석원의 91년 작 [인어] 바이닐 재발매 예정

레코드 디거들 사이에서 옛 앰비언트 음악이 인기를 끄는 요즘. 특히 동아시아권 앰비언트 LP의 수요가 심상치 않다. 서구권 못지않게 활발한 앰비언트 신(Scene)을 형성했던 일본과 더불어 한국의 몇몇 앰비언트, 사운드스케이프 또한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 중. 그중 가장 활발하게 소개된 한국의 레코드는 90년대 앨범 [인어]와 [空]. 모두 연석원의 음악으로 그중 [인어]는 내년, 레이블 비트볼 뮤직(Beatball Music)에서 최초로 재발매되어 마침내 전 세계 컬렉터들의 수납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1949년 황해도 태생, 한국전쟁 때 피난 내려와 인천에서 자란 연석원은 1969년 김명길을 만나 그룹 사운드 ‘데블스(Devils)’를 결성하고 당시의 그룹 경연대회를 주름잡았다. 군 입대로 데블스와 작별, 제대 후 아웃사이더(Outsider)로 알려진 연석원의 까치소리 등을 거치며 커리어를 다졌다. 80년대 이르러는 밴드의 사이드맨이자 작, 편곡가로 활약하며 금성필, 김완선 등의 음반을 제작했다. 또 다양한 영화, 드라마의 OST를 담당하기도. 비록 연석원의 재대로된 사진 한 장 찾기 힘들지만 80년대 발매된 국내 음반 여럿에 참여한 그의 이름은 LP 속지, 혹은 뒷면의 크레딧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70년대 1세대 그룹 사운드에서 사이키델릭을, 그리고 80년대 뉴웨이브, 신스팝, 디스코를 선보이며 농익은 연석원은 90년대에 이윽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걸고 다시 돌아왔다. 그때의 음향은 어느덧 앰비언트와 뉴에이지에 닿아있었다. 연석원의 90년대 음반 [어둔하늘 어둔새], [인어], [空], [폭풍의 계절] 모두가 공통으로 앰비언트, 뉴에이지의 오가닉 적 음색을 띠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앰비언트’는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알음알음 불리기 시작했음을, 이전까지는 보컬이 없는 대부분의 음악을 단지 ‘경음악’으로 일컬었음을 알아두자. 이를 상기할 때 연석원의 음향은 더욱 빛을 발휘할 것.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진흙 속에서 피는 꽃 한 송이다.

1991년 오아시스 레코드를 통해 공개된 앨범 [인어]는 작, 편곡가로 활동하던 연석원이 마침내 자신의 이름으로 공개하는 첫 번째 음반이다. 첫 트랙 “인어”는 금성필에게 제공한 곡 디스코 트랙 “나무인형”을 보다 담백하게 편곡한 곡이다. 또 이광조와 함께 맞이하는 거룩한 “Morning”, “사랑이 오고 그리고 갈 때”, “노을” 등은 로맨틱한 기악곡, “코메리칸”, “밤의 축제” 등은 북적한 잔치, 축제의 장면을 캡처한 듯한 이미지의 퓨전, 이지 리스닝 트랙이다.

얼핏보면 [인어]는 당시 한국 음악 신에서 퓨전과 크로스오버로 세를 불리려던 ‘동아기획’과 같은 기류에 놓인 듯 들리지만, 연석원의 음악에는 오가닉함과 앰비언트의 깊은 음향이 배로 스며 있다. 허나 당시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던 것일까? 91년 발매 당시에 [인어]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그런 [인어]는 지난 5년 전부터 꾸준히 조명을 받았다. 바로 모자이크(Mosaic)의 운영자 커티스 캄부(Curtis Cambou), 디제이 에어베어(Airbear), 오사카의 ‘레볼레이션 타임(Revelation Time)’ 등의 디거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꾸준히 소개한 것. 해외 LP 디거들과 발레아릭(Balearic)에 혈안이 된 일부 청자들의 레이더에 포착된 것, 그리고 내년의 재발매 역시 그들의 노고 덕분이겠다.

[인어] 재발매의 자세한 일정과 수량은 아직 미공개. 벌써부터 이를 수납하기가 녹록치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혹 독자 중 [인어]를 구하고 싶었던 이라면 비트볼 뮤직의 뉴스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편이 좋겠다.

Beatball Music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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