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과거의 향수에 사로잡힌 2010년대, 뜨거웠던 베이퍼웨이브(Vaporwave)의 열기와 함께 ‘유튜브’를 통해 널리 퍼져간 음악이 있었다면 전자음악가 케어테이커(The Caretaker)의 앨범들이다. 특히 [An Empty Bliss Beyond This World]와 치매 증상의 여섯 단계를 차례로 묘사한 시리즈 [Everywhere At The End Of Time]은 북미 중심의 커뮤니티와 아방가르드 전자음악 팬들 사이에서 필청 음반 중 하나로 또 최근에는 모 SNS에서 밈(meme)으로 소비되기까지, 언제나 화두에 올랐던 앨범. 그런 케어테이커를 패러디한 이들 또한 수없이 등장했었는데, 오늘 소개할 앨범 [Everywhere At The End Of Bikini Bottom] 역시 케어테이커를 패러디한 앨범이다.
‘니켈로디언(Nickelodean)’ 제작의 애니메이션으로 미국에서 세계로 뻗어간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 한국의 여러 채널과 공영방송 EBS에서 또한 상영했던 덕에 한국에서 자란 90년대생 대부분이 추억할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스폰지테이커(The Spongetaker)라는 인터넷 기반의 프로듀서가 제작한 앨범 [Everywhere At The End Of Bikini Bottom]은 이름과 커버아트에서 유추가 가능하듯 “네모바지 스폰지밥”에 관련한 음반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던 비키니 시티(Bikini Bottom)의 일상이나 스폰지밥(SpongeBob)과 그 친구들의 천방지축 에피소드는 흐릿하다. 되려 케어테이커 특유의 콜라주 작법을 모방하여 기괴함과 스산함이 서려있어 낯설기도 하다.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영화 “샤이닝”에서 등장한 연회장 신(Scene)에 영감을 얻은 케어테이커. 그 공기를 복각하기 위해 1930년대의 연회장 음악(Ballroom Music)과 딕시랜드 재즈 등을 소스로 활용했던 반면에 스폰지테이커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 스폰지밥과 그의 터전인 비키니 시티를 복각한다. 여기서 “네모바지 스폰지밥”에 실제 등장했던 아기자기한 우쿨렐레와 슬라이드 기타 소리 등은 노이즈와 각종 이펙터로 열화되고 길게 늘어져 음침하고 공허하게 흐른다. 1930년대를 살아온 노년들의 향수와 치매 환자가 겪는 고통스러운 증상을 묘사한 케어테이커를 재치있게 패러디하여 90, 00년대에 스폰지밥과 함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꾸준한 시간 속에서 불가피하게 잊혀지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일깨우고자 한 것.
한편 앨범 [Everywhere At The End Of Bikini Bottom]은 바이닐로 제작될 예정이다. 200개 제작을 목표로 도쿄의 레코드 제작사 ‘크레이츠(Qrates)’에서 4월 1일까지 크라우드펀딩을 진행 중이니 관심이 있다면 상단의 영상을 통해 음반을 확인 후 참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