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젤다 시리즈의 사운드를 담당한 닌텐도 소속의 게임 음악가 콘도 코지(Koji Kondo)는 8비트(패미컴)가 싸구려 구형파 사운드였던 반면에, 16비트(슈퍼 패미컴)는 훨씬 더 다양한 톤과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숫자 8과 16, 그 두 배의 간극이 매우 컸음을 실감한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서곡”,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전주곡” 등 패미컴부터 꾸준히 계승된 상징적 음악 진화의 계보에서도 역시 두 숫자의 간극과 게임 음악가들이 맞닥뜨린 용량, 공간의 한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요즘 게임 음악의 높은 자유도 또한 느낄 수 있을 것. 실제로 요즘의 게임 음악은 자유도가 무척이나 높다. ‘블리자드(Blizzard)’와 소울류 게임으로 유명한 ‘프롬 소프트웨어(From Software)’의 게임 테마들은 에픽 뮤직(Epic Music), 영화 사운드트랙들과 웅장함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니까.
이렇듯 요즘의 게임 음악은 무한에 가까운 공간과 용량이 기본이다. 그러나 반대로, 과거 게임 콘솔들과 게임 음악가들이 느낀 제한적 환경을 자신에게 적용한 역설적 음악 프로듀서도 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프로듀서 리뮤트(Remute). 그는 독일 함부르크 출신으로 5살에 부모님에게 ‘코모도어 64(Commodore 64)’를 선물 받은 이후부터 영원한 게이머를 자처했고 지금은 디제이, 프로듀서로 약 20년을 활동한 베테랑 뮤지션이다. 여전히 타오르는 게임에 관한 애정. 이윽고는 게임 콘솔들의 특징적인 칩 사운드를 주목하며 특별한 음악들을 제작하는데 이른다. 그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다름 아닌 닌텐도와 PC 엔진 등 과거의 게임 콘솔들에서 구동되기 때문. 협소한 용량의 카트리지에 자신의 음악을 담아 앨범으로 기발하게 발매한 것이다.
오는 11월 11일에는 리뮤트가 새 앨범 [Generations]을 발매할 예정이다. 이번 앨범은 ‘세가(SEGA)’의 콘솔 ‘드림캐스트(Dreamcast)’에 호환된다. 드림캐스트는 자체적 광 디스크 GD-ROM’을 채택하여 사용했다. 따라서 이번 앨범 [Generations] 또한 동일한 사이즈의 광 디스크인 CD로 제작되어 배포된다고. 이제껏 ‘PC 엔진’, ‘슈퍼 패미컴’, ‘닌텐도 64’, ‘게임보이 어드밴스’ 등 독특한 게임용 카트리지에 음악을 담아온 리뮤트였기에 일반적인 CD 앨범이라니 다소 아쉬움을 느낀다. 단 게임 개발자 ‘듀라닉(Duranik)’이 드림캐스트에서만 호환되는 특별한 그래픽을 개발하여 담은 CD+G(CD+Graphic)로 드림캐스트를 통해 함께 즐길 수 있다니, 드림캐스트를 소유한 이들에게는 음악 이상의 특별한 앨범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CD-ROM, CD플레이어에서도 재생이 된다니 드림캐스트가 없더라도 아쉬움이 없을 댄스 음악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