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런 브레이디(Dylan Brady)와 라우라 레스(Laura Les)로 이루어진 100 겍스(100 gecs)가 두 번째 풀렝스 앨범 [10,000 gecs]를 발매했다. 2019년 1집 [1,000 gecs]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이들은 2021년 9월에 진행되었던 공연에서 이번 앨범의 커버 아트를 공개하며 2022년 초 발매를 예고한 바 있다. 일부 트랙들이 선공개되었고 무대에서 이미 대부분의 곡들을 라이브로 선보이긴 했지만, 결국 1년 반 정도 연기된 끝에 전체 앨범을 공식적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100 겍스는 이번 앨범에서도 팝핑 캔디를 한 움큼 집어 양쪽 귀에 때려 박는 듯한 자극적인 사운드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내 쏘아댄다. 하이퍼 팝(Hyper Pop)으로 라벨링될 수 있겠지만 각 트랙마다 가진 개성이 워낙 달라 한 마디로 전체를 정의 내리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앨범 대비 트랙 하나하나의 완결성이 잘 잡혀 있어 뒷맛이 개운한 게 특징.
미국인에게 어린 시절의 묘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THX 사운드 이펙트로 시작해 헤비메탈, 일렉트로닉, 펑크, 인더스트리얼, 글리치, 트립합, 스카 등 다양한 스타일이 뒤엉켜 한바탕 난장이 펼쳐진다. 그 안에 나름대로 존재하는 질서 덕분에 이 음악은 그저 과하다는 인상을 자아내는 게 아닌, 어떤 개념으로서의 ‘과함’을 만들어 낸다. 굉장히 중독적인 ‘과함’이다. 동요 비스무리한 깜찍한 트랙 “Frog On The Floor”를 듣고 있다 보면, 이 모든 게 어릴 적 장난삼아 부르던 엉터리 노래들(‘… 아기염소 여럿이 화투치고 놀아요 …’)의 고퀄리티 버전 같다는 생각도 든다.
100 겍스가 2019년에 일으켰던 하이퍼 팝 유행은 최근엔 다소 사그라든 모양새다. 선구자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순풍을 잘 타지 못한 게 아쉬운데, 그렇기에 오히려 대중의 기대나 편견에 대한 부담 없이 더 멋진 엉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아래 타이틀 트랙 “Dumbest girl alive”의 뮤직비디오를 바로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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