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버밍엄을 기반으로 트리시 키넌(Trish Keenan)과 제임스 카길(James Cargill)의 주도하에 결성된 브로드캐스트(Broadcast). 90년대 후반, 0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보인 밴드다. 쓸쓸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가 특징적으로 인디 음악 신(scene)에서 큰 사랑을 받아 오기도.
그런 브로드캐스트는 멤버가 수없이 바뀌는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1집 [The Noise Made by People]를 발매할 당시만 해도 5인조였지만, 2005년에는 트리시와 제임스 두 맴버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럼에도 기존 밴드 사운드 보다 전자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앨범 [Tender Buttons]을 발매하며 듀오 체제 또한 큰 인기를 얻어나갔다. 허나 불행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고 했나. 밴드의 마지막 순간 또한 예기치 않았다. 2010년 12월 말 트리시가 호주 투어 중 얻은 신종 플루가 화근이 되어 2011년 1월 폐렴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것.
트리시의 안타까운 죽음 직후, 제임스 카길과 워프 레코즈(Warp Records)는 트리시가 남겨놓은 작업물들을 기반으로 브로드캐스트의 마지막 정규작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2013년 트리시의 생전부터 작업 되었던 버베리안 스튜디오 사운드트랙이 발매되기는 했지만, 정규작에 관한 소식은 그 이후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2024년 5월 3일, 브로드캐스트의 그동안 발자취가 담긴 두 데모 모음집 [Spell Blanket – Collected Demos 2006 – 2009]이 발매되었다.
두 데모 모음집에는 브로드캐스트의 마지막 순간과 흔적이 남겨졌다. 두 앨범 모두 트리시의 생전 기록을 기반으로 작업한 앨범으로, 3일 발매된 첫 번째 데모 모음집 [Spell Blanket – Collected Demos 2006 – 2009]은 트리시의 죽음 이전까지 3년 동안 녹음된 브로드캐스트의 5집 신보에 관한 데모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데모곡들인 만큼, 차가우면서 감미로운 트리시의 보컬과 데모 특유의 로파이 질감이 잘 어우러진다.
9월 28일에는 두 번째 데모 모음집 [Distant Call – Collected Demos 2000 – 2006] 역시 발매될 예정. 이 앨범의 경우 밴드의 00년대 작업물들의 초기 데모곡들이 수록되어있다고 하며, [Tender Buttons]의 수록곡 “Tears In the Typing Pool”의 데모 버전이 선공개 곡으로 공개되었다.
또한 워프 레코즈에서 이 두 음반이 밴드의 마지막 릴리즈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마지막 작품을 위해 해체를 미뤄오던 브로드캐스트는 2024년을 끝으로 공식적인 해체를 했다. 브로드캐스트의 험난하고도 여정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두 장의 데모 앨범은 위안이 되어줄 것. 첫 번째 데모를 우선 감상하면서 9월 발매될 두 번째 데모 역시 기대해 보자.
이미지 출처 | BrooklynVeg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