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출신의 엔터테인먼트 그룹 보트닉 스튜디오(Botnik Studio). 그들은 작가와 아티스트, 엔지니어들이 모여 결성한 집단으로, AI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이용해 코미디 및 예술 콘텐츠를 제작한다. 그들의 주 무기는 AI를 이용해 각종 콘텐츠들을 뒤섞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창조하는 것. 해리포터 시리즈 전권을 학습시킨 AI로 만들어낸 해리포터 팬픽은 이미 많은 팬을 큰 혼란에 빠뜨린 바 있다(론이 탭댄스를 추다가 거미 떼로 변해버리는 등 말도 안 되는 묘사들로 가득하다).
각종 밈(Meme)을 제작하며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는 그들이 최근 음악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들은 자체 개발한 AI 프로그램과 앨범 “더 송귤레리티(THE SONGULARITY)”를 제작하고 있으며, 킥스타터(Kick Starter)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앨범에서 AI가 맡은 역할은 바로 작사. 그들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각종 텍스트를 AI에 학습시켜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현재 공개된 트랙리스트에 따르면, 앨범의 첫 곡 “Bored With This Desire To Get Ripped”의 가사는 모리세이(Morrissey)의 가사와 아마존(Amazon)에 올라온 P90X 헬스 DVD 리뷰들을 합성한 것이며, 두 번째 곡 “Negatively 4th Street”은 밥 딜런(Bob Dylan)의 가사와 맛집 평가 앱 옐프(YELP)에 올라온 부정적인 리뷰들을 합성한 것이라고. 연관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텍스트들을 합성한 이 같은 곡들은 수많은 리스너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목표 금액 달성을 목전에 둔 그들은 최근 유튜브에 새로운 수록곡 “I Don’t Want To Be There”를 공개했다. 이 곡은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Post- Punk Revival)을 대표하는 더 스트록스(The Strokes)의 가사들을 합성한 것으로, 가사를 이루는 단어들은 모두 보컬 줄리안 카사블랑카스(Julian Casablancas)가 최소 한 번씩은 부른 것들이라고. 가사는 물론이거니와 음악적인 스타일 역시 원조와 상당 부분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I의 발전 가능성은 모두가 예상한 바지만, 보트닉 스튜디오가 이를 활용하는 모습을 볼 때 그 발전 속도는 실로 놀라운 듯하다. 어쩌면 조만간 AI 기술을 통해 이미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들의 신곡을 들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