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묻는 81개의 질문, Ai Weiwei의 ‘Ai vs AI’

중국 베이징 출신의 아이웨이웨이(Ai Weiwei, 이하 ‘아이’)는 1990년대부터 사진, 설치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전방위적으로 제작하며 세계적인 위상을 쌓아 온 현대 예술 작가이자 감독이다.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정부의 대처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희생자 명단을 직접적으로 공개하는 등 반체제적인 활동으로 인해 중국 정부의 표적에 올랐으며, 이러한 이유로 아이는 2011년에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해 81일 동안 감금된 바 있다고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후 유럽을 주 무대로 표현의 자유와 난민의 삶을 주요 주제로 삼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특성을 활발히 활용해 온 작가인 만큼, 아이는 영국 런던 기반의 예술 및 문화 플랫폼 CIRCA(Cultural Institute of Radical Contemporary Arts)에서 지원하는 이번 ‘Ai vs AI’ 프로젝트를 통해 작품 활동상 처음으로 인공 지능을 직접 활용할 예정이다. 2024년 1월 11일부터 3월 31일까지 전시되는 ‘Ai vs AI’는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전광판을 비롯하여 서울, 밀라노, 라고스, 아크라, 나이로비, 아비장, 그리고 베를린에 있는 대표적인 LED 전광판을 통해 송출될 것으로 확인된다. 매일 런던 현지 시각 오후 8시 24분에 새로운 질문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아이가 인공 지능에 물어볼 질문 목록에는 ‘미국이 지속해서 USD(미국 달러)를 인쇄할 수 있는가?’와 같이 비교적 단순한 물음부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가 누구를 소유하는가?’와 ‘인류는 죽음을 갈망하는가?’ 등 보다 심오한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이전 아이가 중국에서 감금되었던 일수와 같은 81일 동안 매일 각 질문에 대해 인공 지능과 아이가 자신만의 답변을 제공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CIRCA 공식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굴원(屈原)이 약 2300년 전 써 내린 시 ‘천문’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초나라는 굴원의 반대파가 득세하고 있었는데, 굴원은 정치적 비방과 참소로 인해 지방으로 추방된 후 172가지 문제를 제기하여 비통하고 서정적인 어조로 신들에게 의문을 호소하였다. 아이 또한 천문과 유사한 논조를 채택하여 이전 작품에서 자주 다뤘던 표현과 발화의 자유보다는 물어볼 자유에 초점을 맞추어 ‘Ai vs AI’를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 인공 지능 모델의 도래 이후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능동적인 질문이 제기된다면 조잡하고 엉성했던 생각도 탄탄하게 구조화되어 의미 있는 답변이 형성될 수 있다. 이번 ‘Ai vs AI’ 프로젝트는 이러한 시기적 특성을 반영하여 질문 자체가 지닌 가치, 그리고 답만 제공할 수 있는 생성 인공 지능과 달리 질문할 수 있는 인간만이 지닌 고귀함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닐까. 1월 11일에 발표된 첫 번째 질문과 그에 대한 아이와 인공 지능의 답변은 이미 인스타에서 공개되었으니 아래 게시물을 통해 확인해 본 후 직접 골똘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CIRCA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아이웨이웨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CIRCA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