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서양음악의 영향을 받지 못한 한반도에 첫 번째 주도적으로 뿌리내린 대중음악은 다름 아닌 엔카와 궤를 함께한 트로트였다. 트로트는 시대적 분위기를 타고 변환과 확장을 거쳐 다양한 형태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고, 그중에서도 트로트를 베이스로 테크노와 디스코를 융합한 혼종인 ‘뽕짝’을 우리는 관광지 주차장, 고속도로 휴게소, 어르신들이 몰리는 공원에서 접할 수 있었다.
트로트는 ‘노년의 댄스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이 젊은 세대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아니면 일부 엔터테이너가 개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발표하는 음악으로 대중에게 각인됐을 것이다. 뽕짝을 소비하는 세대가 끄트머리에 와있는 듯한 이 시점에서 ‘과연 뽕짝의 명맥은 이어질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여기서 비스츠앤네이티브스(Beastsandnatives) 소속 프로듀서 250이 “뽕을 찾아서”라는 영상을 이전 발표한 바 있으며, 그 여행의 결과물을 트랙 “이창”을 통해 선보인다.
250은 지난해부터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 1화의 호스트를 자처하며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이번에 공개된 “이창”은 트로트의 클리셰를 위해 네 박자 리듬을 차용, 여기 신시사이저 멜로디로 오묘한 뽕끼의 관광버스 바이브를 일궈냈다. 그가 지난 1년간 찾은 뽕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이창”의 뮤직비디오는 한 여인이 식사를 마련하고 목욕을 하며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를 하지만 전화 끝에 약속한 이가 찾아오지 않자, 혼자 술을 마시고 만취하는 내용을 야릇한 무드로 담아냈다.
250의 지난 1년은 과연 얼마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까? 그의 뽕필 충만한 시도가 향후 한국 음악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의 후속편과 앨범 [뽕]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