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Happy food’ 시리즈는 식탁 주변에서 나눈 사람들과의 대화와 그 장면을 기반으로 음식과 문화에 관한 생각을 풀어나갑니다.
팀 런던의 걸어도 걸어도 – 베니스에서
바깔라의 교훈: 어쨌든 삼세판
지난 주중 갑자기 바칼라 만테카토(Bacalà Mantecato)가 너무 먹고 싶어서 집 근처 마트 해산물 코너를 찾아봤는데 이미 다 나가고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대신에 신선한 대구를 주겠단다. ‘그래 한번 만들어보지 뭐’ 하고 가져와 한 토막이 잠길 정도의 찬물을 부어 천천히 익혀내었다. 그리고 올리브유를 넣고 으깨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휘핑하듯 섞어 보았다. 얼렁뚱땅 만들고 보니 그 맛이 안 난다. 안나가 베니스에서 가져다준 바칼라 만테카토의 맛. 짭조름하고 진한 크림처럼 부드러우면서 꼬들꼬들한 생선 살이 은근하게 씹혀야 하는데…
바칼라는 ‘말린 대구(그 외 지방에서는 ‘스토카피쏘(Stoccafisso)’라고 한다), 만테카토는 ‘휘젓는다’는 뜻으로 베네토 지방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다. 크로스티노 (Crostino; 바삭한 작은 토스트에 발라서 먹으면 훌륭한 치케티(Cicchetti)가 되니 한번 먹기 시작하면 손을 떼기 어렵다), 이 음식에 대한 나의 사연은 2년 전 베니스에 갔을 때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낯설었고 두 번째는 좋아하게 됐고 세 번째는 한결 여유로웠다. 그 인식이 바뀐 것은 안나의 덕이 크다. 작년 6월, 안나와 친구 제노의 보트 드라이빙을 시작으로 카나레지오 디스트릭트에서의 아페리티보, 리알토 다리 옆 해산물 시장, 안나의 따뜻한 가족들, 그리고 다정한 고양이 비로까지. 그것은 처음 본, 그리고 내가 좋아하게 된 베니스의 모습이었다.
사실, 바칼라 만테카토 역시 내게 그랬다. 처음 맛봤을 때는 생선의 크림 같은 질감이 낯설고 그 맛이 그저 묵직했다. 한 번도 나의 첫 번째 선택인 적 없던 이 음식을 찾아 먹게 된 것은 지난 3월 안나가 베니스에서 가져온 것을 맛 본 뒤로부터. 참 희한하다. 베니스의 식당에서 폴렌타와 함께, 어느 바카로에서 스프리츠를 마시면서, 그리고 밀라노의 해산물 식당에서도 먹어봤는데 그때까지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아무튼 지금은 좋아하는 이탈리아 요리 중 하나.
이러다 문득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마치 삼세판 같다는 생각을 한다. 승패를 떠나서 세 번을 시도하면 세 번의 다른 소리, 장면 그리고 맛을 발견한다. 그게 바로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얻는 가장 즐거운 부분 아닐까.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안나의 고양이 비로가 내게 세 번의 기회는 주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