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ror / Window – 박지훈, 오문택

거울: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음악. / 음악(거울)으로 동기화되는 개인의 내밀한 여정.

창: 세상을 바라보는 매개로서의 음악. / 음악(창)을 통해 세계를 들여다본 경험.


Mirror

E SENS – 비행

박지훈

아, 내가 많이 변했나.

결혼, 정치 성향, 연봉, 코인, 부동산 – 약 3650일 전에는 어느 하나 익숙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럼 나만 변했나. 살다 보니까 다 변하더란 말이 맞는 거 같더라. 또, ‘사회’라고 부르는 현실에서 눈 뜨고 코 여러 번 베여보니까, 과연 믿을 놈 하나 없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맞더라고. 그리고 앞에서 웃는 사람이 온라인에서는 언팔과 뮤트를 시전하니까(혹은 내가 해보니까), 조금은 알 것 같던 사람 속도 당최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이런 걸 생각하는 데 쓴 내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은 아닌 것 같은데. 코로나 시국에 베트남에서 근무하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소꿉친구들의 안부를 챙기는 일도 꽤나 뒷전이 돼버렸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드니 그런 것도 서로 그러려니 하네.

차라리 그때가 나았지라며 ‘얼마 받으면 다시 군 생활할 수 있냐?’ 아니, ‘10대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까지 돈 낼 수 있냐?’라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말은 언제 어디서든 가장 좋은 스몰토크 거리. 입사 초년생 시절, 회식 때마다 동기들끼리 ‘이렇게 마시고 내일 죽지는 말자’고 했던 날들이 너무나도 무색하게 이제는 1년에 한 번 제대로 얼굴 보기도 힘들고. ‘내가 모자라서 더 노력해야지’라고 되뇌었던 일들은 이제 와 알고 보니 불공평한 것이 더 많았지만, 그 당시엔 곱씹어 볼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기에 지금도 이불킥만.

이번 주 주말에는 모처럼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 날씨는 꼭 맑았으면 좋겠는데. 부디 낮에는 그리 덥지 않고 밤에는 그리 춥지 않았으면 한다. 바닷가 아무 데나 누워서 맥주 한잔하고 멍이나 때려야지. 복귀 후 해야 할 일들에 잠시 머리가 복잡해질 수도 있겠지만, 기간이 5일이니까 일단 안심.

아, 이거 딱 내 노래네.


Window

Sonic Youth – Peace Attack

오문택

얼마 전 오래된 이불을 몇 개 꺼내 버리기로 하였다. 그래서 분리수거하는 날인 화요일에 쓰레기장에 방문했다. 일반 천으로 된 이불도 있었고, 솜이불과 베개도 있었다. 그곳을 정리하던 관리 사무소 아저씨는 내가 가져온 것들을 보더니 따로 금액을 지불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헌 옷 수거함에는 헌 옷, 가방, 커텐, 신발, 담요가 가능한 품목, 솜이불, 방석, 베개가 불가능한 품목으로 적혀있었다. 재미있는 건 신발은 짝을 맞추어 봉지에 담아 버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어찌 됐건 솜이불과 베개는 따로 버릴 테니 나머지는 수거함에 버려도 되지 않느냐고 이야기했더니 알겠다고 해서 그것들을 욱여넣었다. 솜이불과 베개는 일반 쓰레기 봉지에 담고 나서 버리라고 해서 일단 그 자리에 두고 봉지를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집에 와 샤워를 하고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며칠 전 다시 가봤더니 두고 온 이불과 베개는 사라져 있었다. 이제는 깜빡거리고 있는 주방등을 LED로 교체해야 한다.


*해당 에세이는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7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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