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Bull Music Academy?
마시면 날개를 달아준다는 작은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Red Bull)은 1987년 탄생한 이래로 음료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주력상품인 에너지 드링크가 세계인들의 밤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음은 물론이고 음악, 스케이트보딩, 익스트림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레드불은 뛰어난 기획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크고 작은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다. 수많은 아티스트를 서포트, 문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레드불의 세계적인 음악 프로젝트 ‘Red Bull Music Academy(RBMA)’는 전 세계 대도시를 선정해 다양한 아티스트의 공연 및 강연을 펼치는 행사로,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아마도 한번쯤은 RBMA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오랜 터널을 거쳐 2011년, 한국에도 공식 런칭한 레드불은 지금껏 유투브에서만 볼 수 있었던 레드불의 콘텐츠들을 한국 실정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아티스트 Skream, 지금은 고인이 된 DJ Rashad 등 현재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뮤지션들을 섭외함으로써 음악에 목마른 국내 팬들을 달래주었다.
Redbull Music Academy presents Just Blaze?
일 년 전, 처음으로 내한하여 국내의 힙합, 비트뮤직 리스너들을 한데 모은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가 지난 25일,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와 함께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저스트 블레이즈는 Jay-Z의 수많은 명곡과 세계적인 래퍼들의 트랙을 프로듀싱했을 뿐만 아니라, 장르를 넘나드는 믹스셋을 선보이는 DJ로서의 활동 역시 겸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신에서 존경받는 프로듀서였지만 그가 지금까지도 후배 아티스트에게 존경을 받고 그들과 계속해서 신선한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유연함 때문일 것이다.
Meet the Legend
지난 RBMA 때 Phatboy Phatt가 플레이했던 “Public Service Announcement(Remix)”를 한국 방문 직후 당신의 믹스셋에 포함시켰던데.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진행했던 RBMA는 너무 즐거웠고, 나는 그들의 곡이 좋아서 내 믹스셋에 포함시켰을 뿐이다.
한국에 오기 전, 도쿄에서 RBMA행사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왔는가.
올해는 아무런 강연도 하지 않고 멘토로서 참여하였다. 아티스트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강연은 한번 이상 할 수 없으며 난 이미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매년 RBMA에 방문하여 학생들을 돕고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방식, 뮤직 비지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자(advisor)로 참여한다. 그들이 궁금한 질문이 뭐든지 간에 성심성의껏 돕고 있다.
RBMA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쿨하다. 다들 편안한 분위기다. RBMA는 전 세계의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음악에 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이다. RBMA는 무엇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다.
RBMA와 꽤 오랜 기간 함께 해오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RBMA에 참여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나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고 나 역시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시간이다. 음악은 굉장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타인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프로듀서 커리어가 더 부각되어 있지만 사실 당신은 예전부터 DJ로서 활동해 왔다. 오늘 준비한 셋은 어떤 음악들인가?
나는 내가 틀고 싶은 노래를 튼다. 정해진 것은 없으며 절대 셋을 미리 정하지 않는다. 내가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더라도 셋을 짜기보다는 그날 밤을 멋지게 만들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내가 가진 루틴을 따라갈 때도 있지만 주로 즉석에서 트는 걸 좋아한다.
디제이와 프로듀서, 라디오 DJ, 그리고 영상 디렉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잠시 쉬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돈을 주지 않아도 즐겁게 할 만한 일을 매우 좋은 보수를 받으면서 하고 있다. 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즐거운 일들을 하고 있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당신은 폴로 랄프 로렌(Polo by Ralph Lauren)의 엄청난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값비싼 폴로 컬렉션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 같던데 유독 폴로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누구나 사춘기 때 그 어느 때보다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지 않나? 우탱 클랜이 뮤직비디오에서 입고 나온 폴로가 어린 마음에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당시 나는 대형 백화점에서 일했는데 다행히도 폴로 자켓을 직원가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게 15살 소년이 300달러가 넘는 폴로 자켓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많은 힙합 리스너들은 당신을 힙합 프로듀서로 믿고 있으며, 당신이 다른 장르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당신의 믹스셋을 들으면서 저스트 블레이즈는 힙합이라는 틀에 가둬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느꼈다. 당신은 굉장히 열려 있는 프로듀서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음악에도 사이클이 있고 트렌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힙합과 EDM 중 뭐가 좋으냐고 묻곤 한다. 최근의 힙합 비트 역시 대부분 컴퓨터로 만들어지지 않나? 그리고 우리는 그 비트에 랩을 하고 춤을 춘다. 랩과 EDM은 다르지 않다. 내 음악이 메인스트림이건 언더그라운드이건 상관없다. 그게 좋은 음악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다.
세라토가 바이닐 디제이를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가.
누군가는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나는 적어도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은 더 열심히 하고 잘 하는 디제이가 잘난 디제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음악을 하면서 음악적 재능만 가지고는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스튜디오와 연결될 무언가가 있어야 했고 장비 역시 다룰 줄 알아야 했다. 그리고 뒤에서 받쳐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의 경우에는 ASR10을 위하여 이모의 통장을 깼고, Technique 1200을 위하여 어머니 당신의 통장을 깨뜨렸다. 요즘 세대에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누구든 다 컴퓨터 한 대씩은 가지고 있으니까. 변화할 줄 알아야 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기존의 디제이들도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
2014.10.25 Red Bull Music Academy, Just Blaze and E-sens
이번 RBMA가 작년과 달라진 점이라면 아무래도 역삼역에 위치한 클럽 디 에이(The A)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저스트 블레이즈(Just Blaze)와 디제이 크루 데드엔드(Deadend), 그리고 현재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래퍼, 이 센스(E Sens)까지 합세한 이번 RBMA에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사실. 디 에이의 넓은 공간 덕분에 작년 케이크샵 RBMA 행사 당시 입장하지 못한 관객들이 밖에서 대기해야 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클럽 안은 공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행사 당일, 덴마크에서 귀국 후 그간 발표했던 싱글과 함께 또 다른 신곡을 공개한 이센스, 그리고 일본 RBMA에서의 공연을 마치기가 무섭게 한국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저스트 블레이즈는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RBMA 공연사진 ㅣ Eophoto
인터뷰 사진 ㅣ 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