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Nightlife in COVID-19 #2 Shelter / Paper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은 지 어느덧 3년. 불야성 같은 서울 도심의 나이트라이프(Nightlife)를 책임진 클럽과 라운지, 바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거나 한 풀 꺾인 채 가까스로 영업을 이어왔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스산한 밤거리, 사람들은 불만족스러운 거리두기 방침에도 제 나름대로 또 적응해서 코로나 시대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2022년.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며 감염자 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대신 파괴력도 줄어들었다고. 계절 독감과 유사할 정도로 치명률이 낮아졌다는데…. 사실상 의료계는 이번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 팬데믹의 마지막 장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현 정부는 영업 시간 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해제했다. 이제 코로나바이러스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것인가?

지금 서울 내에는 다양한 라운지와 바, 클럽이 슬며시 간판을 달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번 ‘New Nightlife in COVID-19’에서는 이태원과 압구정을 중심으로 좋은 음악과 경험을 공통적인 기치로 내걸며 입지를 점하고 있는 새로운 베뉴의 운영자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나눠 보았다. 두 번째 베뉴는 이태원의 한 건물을 공유하는 형제 베뉴, 쉘터(Shelter)와 페이퍼(Paper). 하우스와 테크노,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두 공간의 기획자인 이동렬, 이동진, 홍유석과대화를 나눴다.


*답변 시점은 2022년 2월 말-3월 초순*

쉘터/페이퍼(Shelter/Paper)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7가길 37 5층/루프탑

답변자: 김동렬, 이동진, 홍유석

1. 이 공간을 만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 달라.

페이퍼(Paper)와 쉘터(Shelter)는 친한 사람들, 뜻이 맞는 동료들끼리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공간이다. 각자 포지션에서 이러한 문화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공간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편하게 음악 듣고 술도 한잔하고 가면 좋겠다는 소소한 의미로 시작했다. 공간을 만들 때 주변의 도움이 컸다. 건축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인테리어도 도와주었고, 아날로그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싶었는데, 마침 그 분야를 좋아하는 친구가 세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2. 코로나 이후 서울의 나이트라이프를 책임진 공간들이 쉽게 힘을 잃고 사라지거나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시기에 공간을 연 이유는 무엇인가?

딱히 이유는 없다. 우린 꾸준히 준비 중이었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시작하고 보니 우연히 코로나와 겹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국이 아니었다면, 좀 더 다양한 것을 선보일 수 있을 테지만 우선 현재 상황을 잘 헤쳐나가며 받아들이는 중이다.

3. 이태원을 선택한 이유라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태원 베이스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또 다른 지역과 다르게,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이태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음악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가 넓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과 이태원은 매우 닮아있다. 다른 후보는 생각해 본 적 없다.

4. 이 공간은 어떤 기획과 아이디어가 녹아든 곳인가? 또한 다른 장소와 구분되는 매력은 무엇일까.

6층 루프탑은 페이퍼, 5층은 쉘터라는 이름으로 각각 분리된 공간이다. 분리된 공간이기에, 음악도 다르고 콘셉트, 분위기도 다르다. 6층은 아날로그, 오가닉적인 요소를 보여주고자 했고, 5층은 러프하고 단단한 느낌을 보여주기 위한 세팅으로, 서로 겹치지 않으려 했다. 이렇게 다른 느낌의 공간 두 곳이 한 건물에 있다는 점이 우리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페이퍼는 하우스 컬처를 소개하는 곳이라고 알아주면 좋겠다. 국내에는 관련법상으로 루프탑을 활용한 베뉴를 찾기 힘들다. 다행히 이곳은 루프탑 영업허가가 있는 곳이다. 그것이 차별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의 뷰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특히 일몰이 아름다워서 일부러 돈을 주고서라도 보고 싶은 낭만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멋진 뷰와 가벼운 술, 대화 그리고 하우스 음악을 만끽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 사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팅했다. ‘마란츠(Marantz)’와 ‘매킨토시(McIntosh)’ 앰프, ‘JBL’의 명기 ‘4344’와 ‘4425’를 각각 메인과 모니터 스피커로 설치하여, 관객이 분위기에 몰입하는 데 최대한으로 신경 썼다.

5층의 쉘터는 아직 정식 오픈한 상태가 아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문을 열 예정이고 아직은 오픈덱으로 두었다. 이곳에서는 폭넓고 다양한 테크노 음악을 편견 없이 소개하고자 한다. 또 6층 루프탑 페이퍼엔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에 가려면 5층 쉘터에 와야 한다.

5. 이곳이 자리 잡았을 때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드나들 것 같은가?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을 보고 즐기러 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좋을지?

그들이 어떤 부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모두가 이곳에서 음악에 취해 함께 즐겁게 어우러질 것이다. 날씨가 풀리고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졌을 때 아침까지 음악을 틀면서 행복감을 전하고 싶다.

6. 술과 음악, 춤이 어우러진 공간이 서울에서 무수히 사라지고 다시 생겨난다. 그럼에도 이렇게 공간을 다시 만드는 데는 단순히 사업적인 목적보다는 좀 더 신선하고 좋은 음악을 향유하려는 운영자의 순수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도 계속해서 술과 음악, 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일까.

술, 음악, 춤이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원초적 요소가 아닐까? 이러한 공간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Editor │ 권혁인 황선웅
Photographer │강지훈

*해당 기획 기사는 지난 VISLA 매거진 19호에 실렸습니다. VISLA 매거진은 VISLA 스토어에서 구매하거나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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