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하나 없는 무료한 주말, 하릴없이 인스타그램 스토리 넘기기만 몇 시간째. ‘친구가 이렇게 없었나’하는 의구심에 한껏 초라해진 스스로를 발견했다면 실망하긴 이르니 우선 안심하자. 이 구차한 상황의 기저에는 상당히 논리적인 수학 이론이 숨겨져 있으니 말이다. 단, 학창 시절부터 빼빼로데이의 선물 바구니를 독차지했던 하이틴 스타라면 해당 사항이 없으니 돌아갈 것을 권한다.
Friendship Paradox, 일명 우정의 역설은 ‘평균적으로 당신은, 당신의 친구들보다 친구의 수가 적다’를 합리적으로 증명한 수학 모델이다. 사회학자 스콧 펠드(Scott L. Feld)가 처음 기술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우정의 역설은 코시-슈바르츠(Cauchy–Schwarz) 부등식을 이용해 수학적 증명이 가능하지만 이를 간단히 하면 다음과 같다.
가령 당신과 케이트, 짐, 에이미 총 네 명의 친구가 있다고 해보자(물론, 당신은 가장 친구가 많은 짐이 아니어야 한다). 먼저 모두의 평균 친구 수를 따져보면 (당신: 1 + 짐: 3 + 케이트: 2 + 에이미: 2) / 4 = 2 라는 결과를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다음으로 친구의 친구는 어떨까. 쉽게 말해 당신은 당신의 친구 짐의 친구 수를 헤아리면 되는데, 이렇게 총 네 친구의 ‘평균 친구의 친구 수’를 구해보면 (당신: 3 + 짐: 5 + 케이트: 5 + 에이미: 5) / 8 = 2.25라는 값이 나온다. 그렇다, 당신 친구는 항상 당신보다 친구가 많다는 말이다.
위 경우가 특수한 상황일 뿐이라는 의심이 드는가? 그렇다면 직접 반례를 찾아보자. 이마저도 귀찮다면 ‘내 친구는 친구가 많기 때문에 내가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게다가 본래 친구가 많은 이라면 당신과 친구가 됨으로써 또 한 명의 친구를 얻는 셈이니 가진자가 더 가지는 이 불공평한 게임을 뒤집기가 어디 쉬우랴.
우정의 역설은 2010년 크리스타키스(Christakis)와 파울러(Fowler)가 전염병 예방 모델링을 위해 사용할 정도로 실생활에도 꽤 활용도가 높은 수학적 모델이다. 하지만 한가한 주말을 보내며 왠지 쿨한 사람이 되지 못한 것 같은 씁쓸한 마음을 위로하는 자비로운 정의 덕에 세상 모든 아웃사이더에게 더 환영받는 이론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개인의 흐릿한 불안감조차 명확한 수학 언어로 증명되는 이 세상이 실은 프로그래밍된 우주라는 이야기에도 무게가 실리는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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