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빈티지 숍 stromovka / 미니 인터뷰

스트로모브카(stromovka)는 범상치 않은 빈티지 숍이다.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음에도 아직까지 지도에서는 숍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으며,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가게의 정문엔 조그마한 간판만 걸려있을 뿐이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이에게는 분명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비밀스러운 공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스트로모브카는 예술과 옷을 사랑하는 친절한 주인장이 밝은 미소로 맞이하는 따뜻한 공간임과 동시에 블레스(BLESS)나 미우 미우(Miu Miu), 준야 와타나베(Junya Watanabe),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매력적인 가게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스트로모브카의 운영자 황새삼과 만나 가게의 분위기부터 제품을 수집하는 기준, 예술 활동 그리고 설립 10주년을 맞은 스트로모브카의 소회에 대해 짧게 이야기 나눴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스트로모브카라는 빈티지 숍을 운영하고 있는 황새삼이라고 한다.

스트로모브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학생 때부터 빈티지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여러 군데에서 일을 배우고 나서 곧바로 스트로모브카를 시작했다.

가게의 초입은 조그만 간판 하나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올라오는 계단 역시 별다른 소개 없이 오직 로고 스티커로만 가게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콘셉트는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는지.

콘셉트를 거창하게 정하진 않았다. 일단 가게의 위치가 3층이다 보니 올라오는데 사람들이 어려워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만의 방식대로 소개하려고 했다. 친절하게 알리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간단한 정도로만 뭐가 있다. 이상한 가게가 하나 있다.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서 올라올 때 표시 정도로 가볍게.

인스타그램에는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만, 지도 애플리케이션에는 숍이 등록되어 있지 않아 왠지 모를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이것도 의도한 바가 있는지.

의도한 건 아니다. 그냥 나만의 습성 때문이다. 비즈니스 마인드가 아니라고 친구들이 꾸짖기도 하지만 가게의 콘셉트나 분위기는 운영하는 사람의 습성을 따라가지 않나. 비밀스럽다면 비밀스러운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10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 찾아오는 분들이 가게를 조금 어려워할 때가 있어서 불친절한 부분들은 하나씩 개선해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블레스(BLESS)나 로에베(LOEWE), 프라다(PRADA) 등 유수의 아카이브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품을 수집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는지.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을 좋아하지만 ‘아카이브’라는 단어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카이브라는 것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있지 않나. 보이는 그대로 예쁘면 예쁜 거고 좋으면 좋은 거고. 사물을 사물 자체로 보고 싶지 하나의 카테고리로 갇히게 하는 느낌이 싫어서 굳이 뭔가 정해 놓고 수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확고한 취향이 있긴 하다. ‘이상한데 우아한 것’. 조금 추상적인데 ‘이런 브랜드에 이런 디자인의 제품이 있었네?’ ‘얘네는 왜 이런 걸 만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면 들여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과거 스트로모브카가 참여한 퍼포먼스가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이찬혁 비디오와 함께한 사람쇼(sarramshow), 그 이전에는 봉태규, 하시시박이 참여했던 HSS 22 SS 등의 이벤트가 있었는데, 이런 퍼포먼스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내가 어떤 ‘예술적인 포부를 펼쳐 보이겠다’라는 마인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찬혁 비디오와의 협업도 그렇고 봉태규님과 하시시박님이 함께한 프로젝트도 그렇고 전부 이 가게에 자주 와서 얼굴을 비추던 손님에서 시작된 관계였다. 그렇게 연이 닿아 프로젝트도 하게 된 것이다.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친구들 역시 가게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던 손님이었고.

그런데 그게 한 세 번 네 번 되니까 ‘패션과 예술의 결합’ 이런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 나도 몇 번 해보니까 그런 친구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렇다면 젊은 예술가를 후원하는 일도 스트로모브카가 추구하는 여러 방향 중 하나인지.

분명 그런 부분도 있다. 매출적인 면에서는 솔직히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여행 가고, 월세 꾸준히 잘 내면 된다’라는 마인드였는데, 젊은 친구들을 좀 도와주고 무언가를 하려면 영역을 조금 넓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내가 조금 더 벌어서 이 친구들을 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고민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거지.

얼마 전 스트로모브카가 10주년을 맞았다. 스웨트셔츠, 티셔츠, 토트백 등 스트로모브카의 로고가 새겨진 굿즈를 제작한 걸로 아는데.

사실 굿즈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안 그래도 쓰레기가 난무한 이 세상에 말이다. 친구들이 일단 좀 해보라고 권유해도 한참을 미루다가 10년 되고 나니 기념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서 나온 게 굿즈인데,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10년 만에 굿즈. 그래도 이벤트가 성황리에 종료돼서 무척 뿌듯했고 가을쯤에는 스웨트셔츠와 후디를 한 번 더 제작해 보려 하는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전문적으로 의상을 디자인하는지도 궁금하다.

학생 때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기는 했는데, 배워보니 만드는 것까지는 내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실력이 없는데 내가 디자인한 옷을 누군가가 입는다?’ 이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애초에 디자이너의 길은 스스로 접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부터 콘셉트를 잡아서 뭔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잘했다. 그래서 빈티지 숍을 선택하게 된 거지.

그런데 가끔씩 무용하는 친구들이나 음악하는 친구들이 내가 옷을 다루는 걸 아니까 뭔가 시도해 보고 싶은 기회가 있을 때 나를 섭외해서 무용 의상 해보는 거 어떻겠나고 제안해 주기도 하는데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은 시도해 보고 있다.

패션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새로운 단어를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거기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디자이너 중에서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가 한 말이다. 자신이 패션 디자이너로서 컬렉션을 시즌마다 전개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패션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패션을 대체할 새로운 단어를 생각하고 있다고. 내가 표현할 수 없었던 생각을 끄집어 내줘서 공감됐고, 나 역시 생각하고 있다. 패션을 대체할 단어를.

10년 정도 긴 시간 동안 가게를 운영했는데 생각나는 사람이나 일화가 있는지.

이렇게 말하면 조금 진부할 수도 있지만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이구나’. 가게에 자주 오셔서 얼굴을 비추던 온라인으로 접하든 간에 그 모든 것들이 다 우리 가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지 않나. 그래서 사랑이 전부구나, 사랑으로 모든 게 다 되는구나를 느꼈던 것 같다. 뭐 이래저래 디테일하게 손님이나 어떤 일화를 떠올리기보다는 그냥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고 느꼈다.

앞으로의 스트로모브카는?

오래 하는 빈티지 숍이 되고 싶다. 학창 시절부터 빈티지 숍을 좋아해서 꽤 다녔었는데 빈티지라는 것도 사실 손님이 모이는 특정한 시즌이 있지 않나. 그 사이클이 한 번 돌면 숍이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것들을 체감하면서 ‘나는 진짜 오래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다정한 가게이고 싶다. 주위도 돌아보고 무언가를 같이 할 수 있고 정겹고 다정한 그런 가게가 되고 싶다. 그리고 패션에 국한되어 있는 숍이 아닌, 옷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모든 분야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숍이 되고 싶다.

stromovka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제공 | stromov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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