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LA TOUR : MARSHALL FACTORY

초기 간단한 소리 증폭 장치에서 오늘날 정교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장비로 발전하기까지, 현대 음악과 밀접하게 얽혀있는 기타 앰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기타 앰프 브랜드 ‘마샬(Marshall)’은 록 음악의 상징이자 혁신의 아이콘이다. 1962년 영국 런던의 한 작은 드럼 상점에서 짐 마샬(Jim Marshall)에 의해 시작되어 전 세계 음악가들과 팬들에게 강렬한 사운드와 독특한 톤을 선사하였으며,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그리고 슬래시(Slash) 등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하기도.

친절한 투어 스페셜리스트 Steve Hill.

지난 5월, VISLA는 마샬에게 초대받아 영국 밀턴 케인즈에 자리한 마샬 본사를 투어하며 브랜드의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이 세기는 시간을 가졌다. 마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투어를 시작했는데, 이에 앞서 마샬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스페셜리스트가 스티브 힐(Steve Hill)을 소개한다. 그는 마샬에서 약 40년을 근무 중으로 펑크 외길 인생의 강렬한 첫인상. 그러나 의외의 인자함과 푸근함으로 우리를 본사 내부로 인도했다.

탁월한 품질과 혁신적인 디자인, 그리고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루어 여전히 무대 위에서 또는 스튜디오에서 강력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마샬. 스티브는 마샬의 산증인으로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와 발전을 이야기했다.

투어의 시작은 마샬 본사 입구 로비의 마샬 뮤지엄이다. 브랜드의 역사를 보존하며 앰프의 변천사 또한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 뮤지엄 중앙에는 창립자 짐 마샬이 첫 번째로 제작한 앰프가 유리 케이스 속에 고고한 자태를 풍기고 있다. 좌우로는 유명 뮤지션들이 실제 사용했던 빈티지 앰프와 최신의 모델들까지 록 음악의 역사를 함께한 다양한 앰프를 전시한다. 기타 앰프의 역사를 넘어 음악 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과 유산을 기념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어서 스티브는 마샬 앰프 공장 내부로 안내했다. 무려 60년의 명맥을 이어온 마샬 앰프가 오늘날에는 어떻게 제작되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이 열리자 부품 조립라인이 등장했다. 마샬 앰프 내부에 탑재되는 회로 기판에 부품이 자동으로 조립되고 숙련된 기술자들이 회로도를 바탕으로 정밀히 배선하는 공정도 이뤄진다. 이어 마샬을 상징하는 고풍스러운 케이스가 제작되는 부서를 소개받았다. 뛰어난 성능과 더불어 시각적으로도 매력 있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마샬 앰프의 외관이 여기서 제작되는 것.

마샬은 무려 50가지의 앰프 모델을 제작하는데, 따라서 이곳의 직원들 또한 각 앰프의 제조 방법을 모조리 배워야 한다고. 세 달 동안 훈련을 받고 실제 공정에 투입되며 제작 후에는 누가 제작과 조립했는지 각 파트별 네이밍 스티커가 부착돼 실수를 줄인다. 그렇게 제작된 앰프는 테스트를 거쳐 세계 각지로 배송되는데, 나라별 환경 규제가 달라서 이 또한 직원이 직접 포장한다.

투어 중 의상이 인상 깊었던 직원. 형광 안전조끼를 직접 커스텀하였다.

자동화가 주류를 이루는 현대 제조 환경에도 여전히 수작업을 고수하여 마샬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투어였다. 투어 후 인자한 스티브와 마샬 앰프 공장에 관한 짧은 담화를 나눴다. 마샬이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단서를 확인할 수 있으니 대화를 살피자.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Steve: 마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스티브 힐이다. 처음에는 6개월만 일하려고 들어왔다가 39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투어로 방문하는 사람들을 응대하는 일과 마샬 앰프의 외관 디자인을 책임하고 있다.

방금 우린 앰프가 제작되는 과정을 훑었다.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 과정은?

Steve: 공정 하나 하나 모두 중요하지만, 마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품질과 완성도에서 그 기준이 매우 까다롭게 심사되고 있기 때문. 각 프로세스마다 담당자가 따로 있고 그들이 확인했다는 표식으로 이름이 붙는다. 때문에 모든 공정 과정에서 마감이 가장 까다롭고 중요하지. 완성된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서 문제가 발생하였는지, 누가 담당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모두 마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감까지 꼼꼼한 마샬이다. 때문일까? 많은 기타리스트의 애장품으로 사랑을 받아왔는데, 마샬만의 또 다른 비결이 있다면?

Steve: 많은 앰프 제작사들이 뮤지션과 함께 작업을 하지만, 짐 마샬만큼 기타리스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충족시켜 줄 인물이 없었다. 그는 기타리스트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앰프를 제작하며 서포트하였다.

마샬은 앰프부터 스피커 및 음향장비들까지 동일한 결의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Steve: 마샬의 상징적인 로고 덕분이다. 60년 전통의 마샬 로고가 지는 상징성은 굉장하기에 우리 또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모든 디자인의 시작 또한 로고에서 발생한다.

당신은 이곳에서 40년간 일했다고 말했다. 당신이 기억하는 짐 마샬은?

Steve: 매우 친근한 사장님이었다. 일하는 첫날 앰프 제작 공정 하나를 내가 맡게 됐는데, 어느 부분에서 막힐 때 친절히 도와주고 사라지는 사람이 있었다. 짐 마샬이다. 절대로 자기가 회사의 보스라고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저 친절하게 도와주고 사라지곤 했지.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마샬의 보스 짐 마샬이었다. 회사 전반적인 부분을 케어할 뿐만 아니라 직원 한 명 한 명의 건강과 컨디션을 체크할 정도로 직원에게 신경을 많이 쓰던 사람이다. 때때로는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집으로 보내기까지 했으니까. 그리고 회사가 큰 상을 받아서 축하할 때 직원들을 모두 불러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이룬 것이라며 업적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40년간 근무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Steve: 밴드 모터헤드(Motörhead)의 레미 킬미스터(Lemmy Kilmister)를 만났고 포스터에 사인을 받고 싶다고 했는데, 나를 위해 직접 회사까지 찾아와 사인을 하고 포스터를 나눠준 것. 그리고 그를 비롯하여 여러 밴드들의 공연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 역시 마샬에서 일하며 느낀 최고의 보람 중 하나였다.


이어진 우리의 투어는 본사 건물 뒷편의 마샬 스튜디오로 향했고 그곳에서 스튜디오 매니저 아담 비어(Adam Beer)를 만났다. 넓찍한 오픈 스페이스의 녹음실은 녹음과 동시에 파티 또한 가능하여 뮤지션이 최적의 상태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Neve 8048 믹싱 데스크를 보유한 믹싱룸에서는 뮤지션이 만족할 품질의 음악을 제공한다고. 이는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의 다수 앨범을 녹음한 이력이 있는 장비라며 아담은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아담과 나눈 짧은 담화도 하단에서 확인하자.

반갑다 아담. 당신은 여기서 일한지 얼마나 됐나?

Adam: 3년 됐는데, 이 스튜디오가 오픈할 때부터 창립 멤버로 함께 하고 있다.

그럼 이 스튜디오 엔지니어링에 능통하겠다. 독특하게 여기 셋업 된 장비 대부분이 아날로그 장비인데 어떻게 이 스튜디오에 갖추게 되었는가?

Adam: 이 장비들은 원래 롤링스톤즈의 음악을 레코딩하던 장비였다. 캘리포니아로 팔려 갔던 것을 다시 구매해서 내가 손으로 다시 조립하여 스튜디오로 가져다 놨지.

아날로그 장비를 어렵게 공수하여 다시 가져온 이유는?

Adam: 여전히 좋은 장비이고 좋은 음악의 1%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좋은 음향 장비가 아직도 진공관 앰프를 탑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쉽다.

요즘의 음악은 디지털로 변환하여 발매되지 않나. 이에 어려움은 없는가?

Adam: 보이는 갖춘 큰 장비가 모두 아날로그지만, 디지털 방식도 사용 가능한 스튜디오라 전혀 어려움이 없다. 래퍼, 록 밴드, 찬양대 등 다양한 음악들이 이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선택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좋은 음악을 위해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음악을 녹음하는데 좀 더 까다롭다고 느끼는 음악 장르가 있다면?

Adam: 장르로는 딱히 없다. 각각 녹음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 일에 큰 매력을 느낀다. 다만 준비가 안 된 뮤지션들을 상대하기가 가장 까다롭다.

녹음을 기다리는 Those Damn Crows.

아담과의 대화를 마치고 스튜디오를 빠져나온 우리는 스튜디오 사용을 기다리던 밴드 도스 댐 크로우즈(Those Damn Crows)를 만났다. 이들은 사우스 웨일스에서 활동 중인 록 밴드로 마샬 스튜디오 사용을 위해 밀턴 케인즈까지 먼 길을 자처했다. 마샬 스튜디오까지 찾아오는 이유를 물었는데 모던한 셋업과 아날로그적인 장치 덕분에 매력적인 사운드를 뽑을 수 있다고 간결히 답했다.

이로써 우리는 마샬 본사 투어를 끝마쳤다. 단순한 견학을 넘어 마샬의 혁신과 전통을 깊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 그 생동감이 본문 곳곳에 배치된 사진으로 전달되길 바란다.

Marshall Amplification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황선웅
Photographer | 최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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