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프로듀서 플로팅 포인츠(Floating Points)가 자신의 정규 3집 앨범 [Cascade]의 발매를 예고했다. 미국 재즈의 전설, 파로아 샌더스(Pharoah Sanders)와 협업한 오케스트라 앨범 [Promises]의 발매 이후로 근 3년 만이다.
플로팅 포인츠는 근작인 [Promises] 발매 이후 전 세계로 페스티벌 투어를 진행하며 댄스 뮤직 장르에 기반한 디제잉 셋트를 선보였다. 이때 그는 프레드 어게인(Fred Again), 포 텟(Four Tet) 등 동료 DJ들을 만나며 자신의 긱에서 뱅어 트랙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지난 2022년부터 발매한 트랙 “Vocoder”와 “Birth4000”, 그리고 올해 발매한 “Del Oro”다.
지난 2년간 그의 릴리즈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그는 클럽 믹스에 가까운 뱅어 트랙을 다수 발매했다. 그간 퓨전 재즈와 IDM 등 테크니컬한 면모를 중시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근작, [Promises]의 발매 이후 동료들과 함께 디제잉 세트에 기반한 공연을 활발히 선보였던 그였지만, 과연 그것만이 본인의 정규 앨범 트랙을 댄스 뮤직 장르로 장식한 이유일까? 가뭄에 콩 나듯이 클럽 트랙을 발매하기로 유명한 플로팅 포인츠. 오랜만에 댄스 뮤직으로 돌아온 플로팅 포인츠의 정규 3집 [Cascade]의 트랙들을 이야기하기 전에, 앨범의 초석이 된 그의 EP와 함께 잠시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자.
10’s Essentials – EP
정규 3집 [Cascade]의 클럽 트랙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지만, 그는 이미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11년 릴리즈한 데뷔 EP, [Shadows]와 2014년 발매한 [Nuits Sonores / Nectarines]를 통해 클럽 트랙에 대한 재능을 과시했다. 두 EP의 수록된 트랙들 모두 후술할 그의 라이브 세트와 디제잉 세트에서 단골 재료로 쓰이는 등 본인의 시그니쳐 트랙으로 이어졌다. 괄목할 만한 두 EP 중에서 우선 2011년 발매한 데뷔 EP [Shadows]를 먼저 확인하자.
Shadows EP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6년 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웹진 ‘레지던트 어드바이저(Resident Advisor, 이하 RA)’의 리뷰 섹션 기사에서 음반에 점수를 부여하는 소위 ‘레이팅(Rating)’ 컨텐츠가 있었다. 음악에 우와 열을 가리는 것은 다소 오만한 접근이지만, 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이 레이팅 컨텐츠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신경과학자, 샘 셰퍼드의 프로젝트 네임인 플로팅 포인츠가 2011년 발매한 데뷔 EP [Shadows]는, 박한 RA의 레이팅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5점 만점을 받으며 세간의 기대를 모았다.
플로팅 포인츠의 [Shadows]는 5트랙이 전부인 EP임에도, 향후 발매할 그의 앨범들의 초석으로써 그의 커리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마이크로하우스와 풋워크를 결합한 트랙, “Obfuse”는 그의 정규 2집 [Crush]에서 확장되며, 10분의 길이에 달하는 명곡 “Myrtle Avenue”는 플로팅 포인츠‘s 하우스의 프로토타입으로 굳혀졌다. 이번 기사에서는 하우스에 가까운 뱅어 트랙을 신보의 주요 콘셉트로 잡았으므로, “Myrtle Avenue”를 중점으로 둔다.
훵크(Funk)에 가깝게 조직된 드럼 프레이즈, 그리고 재지하게 연출된 피아노 아르페지오가 정박의 4/4에 맞추어 기동하는 투스텝(2-Step) 트랙인 “Myrtle Avenue”.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장르 간의 크로스오버와 최소한의 코드로 만들어 낸 멜로디가 장차 10분에 달하는 길이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선보인 본 트랙은 댄스 뮤직을 다루는 그의 기량이 이미 13년 전부터 완성된 것임을 시사한다. 그의 트랙에서 느껴지는 미국적인 정취, 소위 디트로이트를 위시한 그것은 이어지는 EP [Nuits Sonores / Nectarines]에서 더욱 확장되며 한동안 그는 미국과 영국. 양국의 색다른 흥의 음색을 재현해낸다.
Nuits Sonores / Nectarines
2011년을 달군 화제작 [Shadows]에 뒤이어 그는 정규 1집 [Elaenia]를 발매한 후 3년이 지난 2014년, 오랜만에 댄스 뮤직 레코드로 돌아왔다. 그중에서도, 1번 트랙 “Nuits Sonores”는 앞선 “Myrtle Avenue”에서 선보였던 그의 비범한 면모가 덜 느껴지지만 이 트랙은 그의 몇 안되는 정석적인 테크 하우스 트랙으로, 앞서 언급한 디트로이트의 음색을 한 층 끼얹은 담담한 클럽 믹스 트랙이다. 이 시기의 플로팅 포인츠는 신디사이저의 탐구. 즉 부클라(Buchla)와 모듈러(Modular)를 활용한 멜로디 빌드를 쌓기 전 시기였기에 지금의 뱅어 트랙과 비교하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트랙은 향후 그의 라이브 세트에서 클럽 믹스로 에딧되어 그 진가를 발휘한다.
[Cascade]의 선공개 트랙, “Key103”
지금까지 지난 10년간 플로팅 포인츠가 발매한 EP, 클럽 트랙들에 관해 살펴봤다. 이제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곧 발매될 그의 정규 3집 [Cascade]에 수록된 트랙들을 알아보자.
정규 3집 [Cascade]의 선공개 트랙, “Key103”에서 드러나는 점이라면 단연 부클라 신디사이저의 활용이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신디사이저와 드럼 머신 연구에 있어 많은 성취를 남겼다. 그의 연구가 집약된 앨범은 정규 2집 [Crush]. [Crush]는 부클라와 모듈러. 그리고 ‘MAX-AD-1’, ‘Korg Volta Beats’ 등 드럼 머신과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정교한 연주로 만들어낸 IDM, 브레이크비트를 선보이며 그의 기술적 진일보를 증명한 앨범이다. 그의 전자 악기 사랑은 정규 앨범 [Cascade]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Key103” 또한 2집의 트랙 “Anasickmodular”처럼 신디사이저 멜로디를 쌓아 올리는 플로팅 포인츠’s 개러지의 팔레트 스왑이다. 후반부의 신디사이저 연주가 아름다운 본 트랙은 그의 과거 트랙 “Anasickmodular”와 달리 브릿지 구간에 브레이크를 삽입해 전개를 압축하는 등, 이전의 트랙과는 비교될 만한 더욱 탄력적인 전개를 선보인다. 이렇듯 세련된 구성의 트랙으로 다시 돌아온 플로팅 포인츠. 그의 정규 3집 [Cascade]는 늘 그렇듯이 남다른 비범함으로 무장하여 세상에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Dance Music Essentials – Live Gigs
플로팅 포인츠. 그가 차기작 [Cascade]의 콘셉트를 클럽 장르로 노선을 틀었던 우선 사유는 바로 그의 라이브 긱에 사용할 트랙을 제작하기 위함이겠다. 지난 2022년 작고한 파로아 샌더스의 유작, [Promises]를 작업한 이후로 그는 바르셀로나의 ‘소냐르(Sonar)’, 그리고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 세컨드 헤드라이너로 발탁되며 활발한 공연을 선보였다. 2020년, RA의 주관으로 진행한 [Crush] 월드 투어의 라이브 셋트에서 줄곧 보이는 전선 가닥에 연결된 전자 악기. 즉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비범한 연주를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달리, 영국의 스튜디오 ‘더 랏 라디오(The Lot Radio)’에서 선보였던 디제잉 세트는 그것보다 다소 편안하게. CDJ를 활용하며 부스의 레지던트와 인터뷰를 겸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최근 자국의 동료 DJ와 함께 공연을 진행한 플로팅 포인츠. 그의 작업관 또한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대중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였음을 하단의 영상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공연 그리고 그의 릴리즈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처럼 [Cascade]의 노선 변화는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그가 10년 동안 다루지 않았던 클럽 트랙을 2024년의 현대적인 모습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다는 소식은 굉장히 고무적이다.
근 3년 만에 돌아온 플로팅 포인츠의 정규 앨범, [Cascade]는 오는 9월 13일, 레이블 ‘닌자 튠(Ninja Tune)’을 통해 발매된다. 10년의 세월 끝에 다시 돌아온 그의 댄스 뮤직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다가올 앨범을 기대해 보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 The Ver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