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요요기 공원 한복판의 비밀스러운 이벤트, yoyogiparty

서울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무덥기로 보다 악명 높은 8월의 도쿄로 무작정 향했다.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은 핑계를 찾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던 비밀의 이벤트, 요요기파티(yoyogiparty)가 또 한 번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쿄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한 요요기 공원에서 전시 비슷한 무언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위치조차 당일 공지한 구글 맵 좌표를 보며 찾아가야 했던 이벤트는 형식도 규모도 비밀스러웠다. 심지어 해가 지고 찾아간 요요기 공원은 뜨문뜨문 서 있는 가로등 불빛만 길이 있음을 알릴 뿐 복숭아뼈 까진 자란 드넓은 잔디밭 사이에서 좌표에만 의지해 이벤트 현장을 찾기란 꽤나 고생스러웠다(살인적 더위를 피해 요요기파티는 저녁-밤에 걸쳐 진행됐다).

어찌어찌 찾아간 요요기파티는 마치 기존의 세상과는 단절된 미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했다. 가로등불 아래 놓인 의문의 조각과 나무에 걸린 작품은 생경한 풍경을 자아내는 듯하다가도 마치 본래 하나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한여름의 요요기 공원은 밤늦게까지 매미 울음소리로 가득했는데, 조각상에 붙은 매미 유충의 탈피를 모두가 지켜보며”간바떼(힘내)”를 외치던 순간은 아직까지 뇌리에 깊게 남아있다. 이벤트만큼이나 맥이 집히지 않는 ‘요요기상’과 만나 요요기파티, 그 내막을 캐물어 보았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요요기 공원을 거점으로 게릴라적인 야외 전시 활동을 하고 있는 ‘요요기’라고 한다. 친구들끼리 장난 삼아 시작한 것이 지금의 형태에 이르렀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견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전시, 레이브 등의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쿄를 대표하는 공원 중 하나인 요요기 공원에서 전시가 중심이 된 독특한 형태의 이벤트를 열어왔다. 이번 요요기파티는 어떤 작가들이 함께 했나. 

이번 이벤트에는 다섯 명의 로컬 작가와 한 명의 게릴라 아티스트를 포함해 총 6명이 함께했다.

프러포즈 과정(プロポーズ過程)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테루키 노엘(Teruki Noëlle) 작가의 등신대 패널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요요기 공원을 거니는 행인들에게 포토존의 역할을 한 반면에, 밤에는 으스스하고 강한 존재감을 뿜었다. 시간이 흐르며 등신대가 조각품으로 변해가고 있는 듯한 퍼포먼스 같이 느껴져 신비했다.

시든 혹은 불에 탄 화병의 모습을 한 조각은 노구치 마미코(野口 真美子)의 작품이다. 낮에는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밤에는 오히려 매미가 탈피한 신비로운 장소가 되어버린, 실로 살아있는 조각품이라 할 수 있다.

산도 줄리(Sando Juli)의 작품은 공원 안에 있는 작은 숲에서 마치 앰비언트 음악을 듣는 듯한 고요한 체험을 선물한다. 작품의 디테일에 담긴 기억의 조각들은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고.

시치미(しちみ)의 작품은 요요기 공원의 새로운 피부를 구축하고 있었다. 기묘한 생명체를 떠올리게 하는 오싹한 질감과 나무와 땅을 엮어낸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호리카와 카푸사(堀川カプサ)의 작가 본인의 손을 날개 모양으로 변형한 작품은 어딘가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따뜻함과 함께 보고 있으면 기분 좋은 체온이 느껴졌다. 첫째 날에는 바닥에, 둘째 날에는 공중에 걸려 있던 기묘한 손들.

왜 요요기 공원을 선택했나.

풍부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피크닉을 하기 좋은 곳을 꼽자면 요요기 공원만 한 곳이 없다. 요요기파티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지.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걸 중점적으로 보여주려 했는지?

남성을 상징하는 매체 중 하나인 조각의 시스템과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이벤트 중 특히 좋았던 순간이 있다면? 아무래도 다 같이 모여 “간바떼”를 외쳤던 매미의 탈피였을까.

그렇다. 낮과 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특히 밤에는 매미 유충이 탈피하는 신비로운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을 거다.

매 이벤트마다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가의 작업이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고 이야기를 건넨다. 작가가 야외 전시가 가능한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당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거나 이벤트 장소를 당일에 좌표로 알려주는 등 다소 베일에 가려진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나의 성별이나 인종 등을 노출하는 것보다 비밀스레 유지하는 편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외 공원에서 전시를 진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비가 올 수도 있고, 여름에는 너무 덥기도 하고, 밤에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진행하며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요요기 공원은 메이지 신궁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초행길이라면 길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길을 잃어도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도착하는, 그 거리감을 즐기길 바란다. 걱정이라면 아무래도 날씨가 가장 큰 걸림돌이긴 하다. 날씨를 생각하며 이벤트 전날까지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

요요기 파티는 도쿄시에서 허가하는 공식 이벤트인가 아니면 비공식 게릴라 전시인가.

비공식적인 게릴라 전시지만, 자주 이벤트를 열다 보니 공원 경비원분들과 친해졌다.

요요기파티는 화이트큐브 전시도 아니고 작품을 둘러싼 벽도 없거니와 입장료도 없다. 전시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뭔가.

인종, 성별을 불문하고 표현을 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울질로 판가름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세상을 원한다. 요요기파티도 그 일환이다.

당신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스스로를 자유인이라 표현하고 일본 사회가 그런 자신을 싫어한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일본 사회에 대한 불만도 꽤 있어 보이는데, 어떤 것들이 당신을 괴롭히나.

어느 나라, 어느 업계든 나쁜 사람이 있다. 차별과 편견 없이 동시대성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휴학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아 퇴학당했다고 들었는데, 학교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대학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가시화되지 않을뿐더러 모두가 ‘적응’을 요구한다. 권위를 가진 사람들은 오래 자리를 꿰차고 싶어 하기 때문에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문제에 무관심하다. 이런 것들에 질려버린 거지.

당신 같은 일본의 신생 혹은 언더그라운드 작가들의 전시 환경은 어떤지 이야기해 달라.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경쟁보다는 커뮤니티화 되어 나타나는 연대의 움직임과 SNS의 보급과 함께 이전보다 작가들이 전시에 참가하기 쉬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스튜디오를 갖지 못한 작가들에 대한 문제는 많다.

일본의 예술계에 한정한다면 어떤 것들이 바뀌면 좋을까.

인종,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표현이 성적으로 착취당하지 않고 표현될 수 있는 환경.

불만이 당신의 원동력이 되나?

불합리한 사건에 저항하고 싶지만 냉철한 시각을 유지하고 싶기도 하다. 또한 이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2030년까지 요요기파티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10주년이 되는 그때는 어떤 특별한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직 먼 이야기지만, 작가 한 명 한 명에 관한 아카이브를 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과 건강한 삶을 바란다. 주위에 어려운 친구가 있다면 연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Editor | @tontojang
Images | @yoyogiparty.picnic, @tontojang, @chocontoko, @echozwj, @nagar3n, @__you_ko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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