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김뜻돌이 지난 12월 두 번째 정규 앨범 [천사 인터뷰]를 공개했다. 자전적으로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음악으로 섬세히 풀어왔던 김뜻돌, 이번 앨범은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허물며 명상 속에서 천사와 나눈 대화가 주제 되었다. 천사라는 따스한 존재를 매개로 내면의 깊은 질문과 답을 탐구하며,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감이 상실된 시대의 성찰을 담아낸다. 개인주의가 팽배하며 연결감이 상실되는 현대 사회에 반하여 따뜻함을 전하는 [천사 인터뷰]를 감상하며 김뜻돌의 제작기에 관한 대화도 하단에서 찬찬히 살펴보자.
정규 앨범 [천사 인터뷰]를 직접 소개하자면?
명상 속에서 천사와 나눈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당신에게 음악은 ‘자신을 탐구하는 도구’라고 표현했다. [천사 인터뷰]에서 탐구한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
음악은 나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통로다. 이번 앨범에서는 천사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직설적으로 담았다. 천사라고 부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존재들과 아주 깊게 연결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천사는 종종 보호자, 안내자, 혹은 초월적 존재로 여겨지곤 한다. 이번 앨범에서 천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
모든 역할을 하는 존재다. 내가 명상 속에서 만났던 존재를 쉽게 부르기 위해 ‘천사’라는 명칭을 사용했을 뿐. 이번 앨범에서 천사는 주로 내가 궁금했던 것을 대답해 주었다. 그래서 인터뷰라는 제목을 붙였다.
꿈에서 깨어난 후 천사와 인터뷰를 한다는 설정이 매우 흥미롭다. 꿈에서 깨어난 뒤 천사와 대화를 나눈다는 건 현실로 돌아오면서도, 어떠한 초현실적인 경험의 끈을 놓지 못하여 연장된 작품이라고 인식했는데, 당신은 이러한 설정을 통해 청자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연결감’이다. 우리는 모두 초월적 존재, 하나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영적 존재들과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왔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그러한 믿음은 터부시되어 왔기 때문에 다들 연결감을 잃어버리고 산다. 영적 존재들과의 연결감은 뒤로하고 사람 대 사람과의 연결감도 잊고 사는 세상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를 우상시하는 세상 아닌가. 나 또한 성인이 되면서 사람과의 연결감, 영적인 존재들과의 연결감을 상실해 왔다. 그러던 중 꿈에서 전화를 계속 받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후 좀 더 전화를 거는 존재를 찾고자 명상을 시작했다. 이 앨범을 통해 청자들이 잊어버리고 살았던 연결감을 조금이나마 느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마치 내가 “꿈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에서 오랫동안 잊어버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꿈과 천사라는 초현실적인 컨셉을 사운드로 표현하기 위해 음악에 숨겨둔 디테일이 있다면?
신디사이저를 많이 썼다. 하지만 일부러 들리지도 않게 넣은 부분들이 많다. 작은 소음들이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포크와 재즈 기반에서 최근에는 슈게이즈와 개러지 록 등 다양한 장르로 음악적 세계관을 확장했다. 확장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누가 어떤 장르를 하는 사람인지 물어보면 그게 제일 설명하기 어렵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음악적 세계관을 넓힐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음악적 정체성이 흐릿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음악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정체성을 지키는 게 왜 중요한지 묻고 싶다. 나는 음악 안에서 자유로움을 가장 추구한다. 다른 이름으로 음반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는 게 소원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체성은 뮤지션이 하고 싶은 말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마음이 곧 정체성이지 옷 입는 스타일과 화장법이 바뀐다 해서 그 사람의 정체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나. 드러나는 것과 본질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파란색은 김뜻돌의 음악과 비주얼에서 자주 등장하는 색상으로 보인다. 이 색상이 특별히 의미하는 것이 있나?
나도 그 생각을 줄곧 해왔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계속 파란색을 써오게 된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하얀색이 추가되었다. 아주 맑고 깨끗한 새벽의 푸름을 쓰고 싶었다. 파랑은 물의 상징이자 하늘이다. 주로 내가 영감을 받는 것은 자연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신의 뮤직비디오에는 동성애와 죽음 등 다양한 소재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비주얼의 콘셉트와 스토리라인은 음악적 요소와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 가는가?
비주얼은 언제나 내가 직접 기획해왔다. 음악을 만들고 나면 비주얼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음악이 내포하고 있는 심오한 이야기를 청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직설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끼게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행복하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는 기분이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완성까지 과정에서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
영감에 가장 집중한다. 곡의 소재를 모으는 과정이 내게는 제일 중요하다. 소재가 재미없는 것이라면 아무리 열중해서 만든다 한들 아무도 듣지 않을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Westin Josun Hotel”이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졌다. 장건재 감독과 두 번째 협업인데 두 가지 장면이 동시에 전개되는 연출적 특징이 인상 깊었다. 어떤 의미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평행우주 이론을 담았다.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나’를 만난 내 경험을 담았다. 우리는 언제나 많은 가능성을 닫고 산다. “나는 닫힌 문 대신 창문을 열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내가 아주 많은 문이 있는 복도를 걸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나의 선택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수한 가능성에 대하여, 그리고 그 가능성들의 내가 동시에 만나는 모습을 상상한다. 각자 다른 시간 속에서 동시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