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ssy Gangster, William Strobeck

슈프림(Supreme)은 빠르다. 그리고 잘한다. 근래 ‘힙’하다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전부 물어다가 자기 걸로 만들어 버리는데, 만들어 놓은 꼴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빌어먹을, 분하기까지 하다. ‘인제 그만 좀 해먹어라’라는 말이 무심코 튀어나온다. 3월 10일, 슈프림 파리 스토어 오픈을 기념하며 “Cherry”의 필름메이커 윌리엄 스트로벡(William Strobeck)의 유튜브 채널에는 슈프림 로고를 단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Pussy Gangster”. 빌어먹을! 제목 따위 알게 뭐야. 갖다 붙이면 그만이지.

영상에 대해 떠들기 전에 한 가지 의문. 이놈들은 대체 왜 프랑스 파리에 스토어를 낸 걸까? 앞서 올라온 기사에서 거론되었다시피 유럽 내에서 런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온라인스토어 판매실적을 낸 곳이 파리란다. X까는 소리하고 있네. 그렇다면 공식 리테일 스토어는 파리가 아니라 서울이 돼야 한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은 슈프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중 하나니까. 잘 모르는 소리라고? 알겠다. 나는 그 잘나간다는 슈프림 리셀 한 번 시도해본 적 없는 호구기에 그 시장을 모르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닐 수도 있겠다.

좋다. 파리는 세계적인 대도시다. 3대 패션 위크를 치르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프랑스 인은 자기 치장에 유독 신경 쓴다는 편견도 있다. 한 의류 브랜드의 판매율이 유럽 내에서 가장 높을 법도 하다.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단순히 많이 팔린다는 이유로 뉴욕밖에 모르는 뉴욕 부심 가득한 이 똥 고집쟁이들이 그렇게 쉽게 숍을 내줬을까? 나는 여기서 억지로 느껴질 수도 있는 한 가지 음모론을 제시하고 싶다. 대체 왜 파리일까? 파리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걸까. 그렇다. 파리에는 ‘blobys’가 있다. 파리를 베이스로 움직이는 이 스케이트 크루는 근래 전 세계 스케이트보드 신(Scene)에서 가장 핫한 크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Polar Skate Co.의 간판스타 K-rod, call me 917의 영건 Vincent Touzery를 비롯해 잘나가는 스케이터들이 두루 모인 이 광기 어린 유럽 스케이터 크루를 슈프림이라는 이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는 감히 그렇게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pussygangster

영상에 대해 좀 떠들어 본다면, “Pussy Gangster” 는 “Cherry”를 통해 이미 익숙한 얼굴인 Sage, Sean, Ben Kadow, Na-Kel, Kevin Bradley, Tyshawn Jones를 비롯해 Jason Dill이나 Gonz, 위에 언급한 Kevin Rodriguez, Vincent Touzery, Greg Cuadrado가 등장한다. 11분 남짓의 짧은 영상이지만, “Pussy Gangster”는 윌리엄 스트로벡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스케이트 필름이지만, 앵글은 마치 다큐멘터리 시선처럼 느껴진다. 어떤 클립은 필르머와 스케이터가 서로 의논되지 않은 채 닥치는 대로 찍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마치 어떤 것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갓 20대를 넘기거나 그보다 어린 스케이터들을 바라보는 일련의 시선은 단순 스케이트보드 필름을 넘어서 10대의 소년의 뜨겁고, 치기 어린, 이해 불가한 단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8~9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들이 나오는 초반부는 우리가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순수한 열의로 가득 찼던 시절을 상기시킨다ㅡ사실 이건 Jesse Alba가 먼저 다 했다고 본다ㅡ. 그건 스케이트보드의 뿌리, 어떤 원류를 떠올리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요소는 그동안 슈프림이 추구해온 래리 클락(Larry Clark)의 ”Kids”를 비롯한 청춘의 아련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피로 얼룩진 손이라던가, 눈에 조금 거슬리는 슬로 모션은 과하게 멋 부린 느낌이 들지만, 아무렴 슈프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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