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Supreme)을 필두로 우리가 아는 대다수의 스트릿 브랜드는 미국발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부터 스웨덴까지, 세계 곳곳에 기반을 둔 신생 브랜드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러한 경향 속에 특히 유럽 스트릿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Carhartt WIP, Palace, Magenta Skateboards, Polar Skate Co. 등은 기존 미국 출신 브랜드들과는 다른 감성의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유럽에 힙합, 스케이트보드, 스트릿 댄스와 같은 서브 컬처가 깊숙이 뿌리 내린 이래, 그들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자양분으로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본 편에서는 덴마크 태생의 스트릿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덴마크의 내수 시장은 작지만 그에 비해 브랜드 수는 많은 편이다. 이 브랜드들은 심플한 디자인과 좋은 품질을 바탕으로 자국 내에서 꾸준히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 이미 하입비스트(HYPEBEAST)와 같은 유명 웹진을 통해 널리 소개된 브랜드도 있다. 한국에서 만나보기는 힘들겠지만, 인터넷으로 주문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Libertine-Libertine
Libertine-Libertine은 2009년 코펜하겐에서 설립되었다. 설명에 의하면, 이 브랜드는 실존주의에 기반을 두고 고품질․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추구한다. 컬렉션은 도시의 조명들과 거친 바닷가, 현대 문화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는데, 언급된 요소들은 코펜하겐과 다소 깊은 관련이 있다. 매 시즌 독특한 패턴과 원단에 감각적인 색상을 더하여 실용적인 옷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도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엇보다도 직접 입어보았을 때 잘 떨어지는 핏팅감, 원단의 질감 및 마무리가 탄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지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고 있으며, 현재 영국과 미국, 캐나다와 유럽 등지에 유통되고 있다. 유명 편집매장인 Urban Outfitters에 입점 되어있다.
Le-fix
1999년, Le-fix는 그룹 프로젝트의 형태로 시작되었다. 프로젝트의 주된 목적은 코펜하겐에 인어 공주 동상(코펜하겐의 상징) 외에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자,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향유하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모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Le-fix라는 이름 아래, 프로젝트는 의류 브랜드․타투 스튜디오․아트 스튜디오․목재 공방으로 세분화 되었다. 오랜 역사와 뚜렷한 방향성을 지닌 만큼 브랜드는 코펜하겐의 언더그라운드 씬과 호흡을 같이해왔으며, 지역 아티스트를 전폭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앙증맞은 캐릭터를 내세운 로고 티셔츠 및 캠프캡․스냅백은 Le-fix의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이를 착용한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날씨에 최적화된 재킷도 제법 인기몰이 중이다.
FALSEHAVEN
FALSEHAVEN은 비교적 가장 최근에 등장한 브랜드이다. 제품 컷이나 룩북을 보면 눈치 챌 수 있겠지만, 최신 유행의 중심인 BEEN TRILL이나 HBA, Stampd 등 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역력하다. 브랜드와 관련된 한 일화로, A$AP MOB의 일원인 A$AP Nast가 얼마 전 FALSEHAVEN의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관심을 모았던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의 여자 친구가 덴마크 출신 모델이라는데 일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과 화이트만을 사용한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었으며, 인기 아이템인 풋볼티․롱슬리브․스냅백 제품을 발매했다. 제품은 모두 한정된 수량으로만 제작된다고 한다.
ALIS
ALbert Hatchwell과 ISabelle Hammerich는 각각 자신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 ALIS를 런칭했다. ALIS가 여타 스트릿 브랜드와 달리 유별난 구석이 있다면, 그것은 코펜하겐 내에 위치한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와의 연계성이다. 크리스티아니아에는 원더랜드(Wonderland)라고 불리우는 곳이 있다. 원더랜드는 스케이터들을 위한 공간으로, ALIS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설립이 추진되었다. 공사는 스케이터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FLIP팀의 스케이터 Tom Penny와 Justin Ashby 또한 이에 참여하였다. 크리스티아니아의 존재는 한국인인 나에게 충분히 문화충격을 주었지만, 원더랜드를 마주했을 때는 정말 그 이상이었다. 브랜드는 스케이트보드 데크부터 여성 의류까지 꽤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개하고 있다.
Oh-Dawn
브랜드 Oh-Dawn은 코펜하겐을 베이스로 서핑 문화에 근본을 두고 있다. 도시 문화와 스칸디나비아의 바다가 이들의 창조적 원천이 된다. 대체적으로 Saturdays Surf NYC가 연상되지만, 덴마크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소소한 위트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핑 문화 기반의 브랜드답게 서퍼들을 위한 핸드플레인과 서핑보드 커버, 스케이트보드 데크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공식 블로그에는 직접 촬영한 것처럼 보이는 사진들이 자주 업데이트 되고 있는데, 한 눈에 봐도 매우 인상적이어서 흥미롭다. 아직 많은 상품이 구비되어 있지는 않으나 추후 나올 결과물이 어떠할지 궁금하다. 그 외에도 Oh-Dawn Collective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 역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