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ted One Star 조대

최근 컨버스(Converse)에서 진행한 글로벌 캠페인, ‘Rated One Star’는 컨버스 모델명 원스타(One Star)의 언어유희를 활용한 것으로, 아시아 모델 오혁 외에도 세이지 엘세서(Sage Elsesser), 토브 로(Tove Lo), 브록 햄튼(Brock Hampton)과 같은 세계적인 인플루언서와 함께 일반적으로 대중이 인식하는 별점 하나의 의미를 재해석했다.

‘누구도 나를 평가할 수 없어’라는 이름으로 컨버스 코리아와 비슬라 매거진이 새롭게 구성한 ‘Rated One Star’ 캠페인은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 별 하나짜리 인생의 첫 번째 주인공은 그래피티 라이터 조대다.


영상 │ VTPB
사진 │ 유지민
사운드 디자인 │ JNS
스타일리스트 │ 이잎새
제작 │ VISLA, 컨버스 코리아

 

★☆☆☆☆ Rated One Star  조대

어렸을 때 주변에서 어떤 아이로 불렸나?

착한 애였어. 그래피티(Graffiti) 시작할 때도 친한 친구가 하자 그래서 한 건데, 뭐 나도 그림 그릴 줄 아니까. ‘힙합’이라는 만화책에 나오는 그래피티를 보고 뻑이 갔지. 아, 이거 하면 존나 재밌겠다 싶었지. 이 고장에서 그래피티 하는 친구는 걔랑 나밖에 없으니까 동네에서 유명했어. 지역 신문에 나면 엄마한테 자랑하고 그랬지. 다만 동네에서 혼자 그래피티 하는 게 너무 지치니까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서울에 온 거야.

 

길거리에 그림을 남기는 행위 자체에 쾌감을 느낀 건가?

맞아. 존나 재밌거든 이게. 사람들이 나를 바라볼 때나 경찰 눈을 피해서 돌아다닐 때 쾌감을 느끼지. 그래서 순발력이 중요해. 센스라고 해야 하나. 순간순간 잽싸게 판단해야 하니까.

 

세상에 할 말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래퍼가 되고 싶었어.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게 되게 멋있더라고. 그런데 내가 또 글빨이 약해서. 하하. 결국, 하던 거 계속한 거지. 내가 화났을 때 바밍(Bombing, 그래피티를 남기는 행위)을 열심히 한 대서 친구가 ‘분노의 바밍’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지.

 

벌금도 많이 냈나?

의외로 많이 안 걸렸어. 세 차례 정도? 그것도 다 술 먹고 부주의해서 걸린 거야. 언제나 술을 먹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하하.

성인이 되면서 좀 더 자신의 작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시기가 찾아왔을 것 같다.

맞아. 그래피티는 존나 많거나, 존나 크거나, 아무튼 존나게 하면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했어. 좀 이기적인 문화지. 그렇게 한참 그리다가 내 작업에 의미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 있어. 한창 크루에서 활동할 때, 멤버였던 마카리오라는 친구와 자주 이야기를 나눴어.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지. 그 친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작업에 의미를 더 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재미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이거든. 주객이 전도되면 안 돼. 너무 의미를 신경 쓰다 보면 작업이 재미없어져. 하는 이유가 없어지니까. 즉흥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거. 그런 게 재미잖아. 작업에 끌려다니면 안 돼.

 

이전 VISLA와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흔히 말하는 돈 되는 작업과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다고 말한 적 있다.

흔히 말하는 팬시 아트, 귀여운 그림 같은 것들. 솔직히 그건 내게 딱히 와닿지 않아. 너무 유행 같기도 하고. 나 같은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 그래서 지금도 고민해. 예전에는 나와 그들을 둘로 나눠서 보니까 질투하기도 하고, 마음이 비뚤어지는 것 같더라고. 그들은 그들, 나는 나. 이렇게 인정하면 되는 건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자꾸 선을 그었지. 하지만 이제 좋던 나쁘던 상대방을 존중하려고 노력해. 내 안에 벽을 너무 많이 세우다 보니까 내가 많은 걸 할 수 없더라고. 그걸 깨고 싶었지.

 

답은 이미 스스로 찾은 것 같은데.

주변에서 얘기해. “조대야, 돈 벌어야지. 너 지금 굶고 있잖아”. 그것도 맞아. 굶기는 싫어. 근데 그건 못하겠어. 그러면 굶어야 해. 하지만 나는 내가 가진 무기로 굶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 무기가 바로 지금 조대의 스타일 아닐까. 어떻게 자신의 색깔을 확립했나?

나만의 패턴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나는 데셍, 뭐 이런 거 잘 못해. 사람 똑같이 그리라고 하면 또 못해. 수평도 잘 못맞춰. 그러니까 나는 내 멋대로 그린 거야. 그리다 보니 익숙한 선이 생기고 내 장점이 보이더라고.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멍청하게 계속한 거야. 나만의 선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단청에서 요소를 발견한 거지.

 

자신의 화를 그림에 다 던져내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내 캐릭터는 불을 형상화한 거야. 타오르는 느낌을 표현한 거지. 그게 메탈(Metal)과도 관련 있는 것 같더라고. 메탈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면 뭔가 힘이 나. 결국 내 그림과 메탈이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국내 민간신앙에도 관심이 많아. 말에서 말로 전해지는 이야기에 어떤 신비한 힘이 있거든. 그걸 내 그림에 응용하는 거지.

 

은연중에 한국적인 색깔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은?

몇 년 전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어. “왜 너는 한국적인 그림을 그린다면서 정작 한국에는 관심이 없어?”. 난 그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몇 달 뒤에 혼자 집에서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난 거야. 엄청나게 부끄러웠지. 뒤통수 한 대 맞은 거지. 결국 나는 내 그림이 한국의 것인지, 태국의 것인지, 중국의 것인지도 모르는 그림을 그리면서 한국의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고 다녔던 거야. 한국의 껍데기만 이용해서 “나 한국적인 아트 해요”라고 떠벌리고 다닌 거야. 정작 정치나 역사, 사회에 아무 관심이 없는데. 병신인 거야. 아 나 병신이었구나. 내가 한국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했던 거지. 사실은.

 

최근까지 식당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설거지하면서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 그림을 존나 그릴까? 일 끝나고 뭐하지?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그림을 안 그리면 내 작업이 없어지고, 술 퍼먹고 인스타그램하고.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 씨발. 나도 열심히 하는데. 뭐 이딴 생각.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존나 그림 그리는 게 편해. 차라리. 식당에서 일하는 걸 후회한 적은 없어. 내가 원한 거니까. 내 그림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으니까. 다만 이제는 나 자신을 더 드러내고 싶은 거지.

자신의 그림이 대중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려운가?

내 나름의 결론은 많은 사람은 깊게 고민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거야. 한국인 대부분은 사회도 빡세고 회사에서 일만 죽어라 시키니까 집에 와서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거지. 그러니까 그림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단순한 것들만 찾는 게 아닌가 싶어. 마치 우리가 휴식할 때, 자연을 찾는 것처럼. 딱히 대중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아. 여기서 나는 내 스타일로 그린 이런 그림도 있습니다. 생각을 열어라, 이렇게 노크하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 영상도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 나온 거라고. 내가 그들의 문을 두드렸을 때, “아, 뭐야?” 이런 반응이 아니라 “아, 그림 잘 봤습니다. 당신의 스타일을 존중합니다” 같은 거? 내 그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이지.

 

30대를 지나서 바라본 그래피티는 어떤 모습인가?

그래피티는 밖으로 나가야 돼. 나 벽에 그려요. 나 좀 달라.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이기적인 문화야.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금 더 사람들과의 공존을 생각하게 돼. 샌프란시스코에 가보니 태깅, 피스, 바밍 같은 것들이 죄다 섞여 있는 거야. 그걸 보면서 많이 느꼈어. 이 문화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할 수 있을까. 뭐, 그런 거.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

내가 원하는 선이 나올 때? 흥(興)이지. 도구를 다루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선이 나올 때. 그때는 정말 바밍할 때만큼 엄청나게 흥분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다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어떤 사람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나?

빛이 나는 사람이 있어. 그 뭐라 표현하기 힘든 센 에너지야. 걔밖에 낼 수 없는 힘이거든. 난 그림을 볼 때도 그 사람의 에너지가 담긴 걸 좋아해. 잘 그리는 사람은 이미 많으니까. 최근에 선우정아의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놀랐어. 어떻게 저런 식으로 노래를 부르지? 자기 에너지를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끼지.

 

그래피티 하다가 굶어 죽을 것 같을 때,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나?

절대 없지. 씨발. 그림을 때려치웠어도 그림을 그릴 것 같아. 다른 건 할 줄도 모르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

 

먼 미래의 꿈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인가?

그것도 좋지만 언젠가 학교를 짓고 싶어. 그래피티는 내게 내 장점을 알려줬거든. 그림을 그리는 기술보다는 나처럼 좀 특이한 사람들의 장점을 잘 만져줄 수 있는 학교가 필요한 것 같아. 제약이 많은 사회 안에서 이런 학교도 좀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

 

교장 조대?

그건 너무 거추장스럽고. 뭐, 선생이나 선배?

그래피티 라이터로서 무엇을 이뤘을 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공? 얘기해도 되나. 그냥 삼시 세끼 잘 먹는 거. 잘 먹고 잘사는 거. 그러고 나서 여유를 갖는 거. 여유가 없으면 또 질투와 시기에 빠져서 자고 있겠지. 인스타그램 보면서.

 

지금도 삼시 세끼는 잘 챙겨 먹지 않나.

삼시 세끼의 폭이 다른 거지. 후발주자들에게 원동력을 줄 수 있는 거잖아. 나만의 삼시 세끼가 아니라 누군가의 삼시 세끼가 될 수도 있는 거고. 내가 길을 뚫어줘야 나처럼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이 앞으로 갈 수 있으니까. 그래피티 하는 형들은 대부분 나한테 그랬어. 그래서 나는 그들을 존경하지.

 

그 책임을 다하려면 앞으로도 오랜 시간 그림을 남겨야 할 것 같다.

조카들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그림 그리면 삼촌처럼 돼”라는 말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게 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의 꿈까지도 얹고 가는 거라. 아마도 난 계속할 거야. 일단 좋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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