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의 새로운 EP [OO DA DA] 작업기

지난 2018년 8월, 수민(SUMIN)은 자신의 실험성과 변화의 기준점이 되는 첫 정규 앨범 [Your Home]을 발표했다. [Your Home]은 인디펜던트 뮤지션으로서 소기의 성과 그 이상을 달성했다. 수록곡 “너네 집 (Feat. Xin Seha)”이 2019 한국대중음악상(Korean Music Awards)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했고, 기린과 함께한 프로젝트 [CLUB 33] 역시 90년대로 회귀한 콘셉트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쉬지 않고 행보를 이어온 수민이 첫 정규 앨범 [Your Home]을 발매한 지 약 1년 만에 신생 레이블이자 미디어를 지향하는 ‘마더(MOTHER)’과 함께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EP [OO DA DA]을 발표했다. 또한, “SHAKER”, “MEOW”, “LOVE DANCE”, “BEE”, “POCKET”, “STARDUST”까지 수록곡을 총망라한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기존 수민이 보여주던 음악적인 방향성과는 노선을 달리 한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민과 만나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 하단의 글은 해당 앨범과 관련해 수민의 영감, 작업 과정 등을 엮은 작업기다. 수민이 직접 말하는 EP [OO DA DA]를 음악과 함께 차분히 감상해보자.

SUMIN – [OO DA DA] EP Official Video

TRACK 1: SHAKER

넷플릭스(Netflix) 프로그램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경쟁 구도를 기반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자극적인 편집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출연자의 감정과 상황은 사실을 바탕으로 연출된다. 여러 가지 감정을 표출하고 내면에 숨겨둔 또 다른 자아를 드러내거나 닉네임을 사용하는 부분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 주변에도 드래그 퀸이 있는데,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를 보니 직접적으로 와 닿았다. 다만 민감하고 무겁게 해석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는 L.G.B.T 주제를 꺼려하는 사람도, 그 뜻을 함께하는 이들도 전부 상관없이 궁극적으로는 “SHAKER” 자체를 즐기게 하고 싶었다. 일련의 주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싶기도 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 친구, 연인이 곁에 있더라도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걸 소외당한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런 부분에서 ‘소수’라고 칭하고 싶었다. 다양한 감정, 생각을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내려 했다. 90년대 히트곡 “마카레나”를 많이 떠올렸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경쾌한 노래로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더 숨겨진 장치가 있는데 이전 앨범 [Your Home]에 수록된 곡 “I Hate You”에 담긴 내 보컬을 샘플링했다.

TRACK 2: MEOW

“MEOW”는 사실 타이틀곡으로 정하려고 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고양이의 이미지, 즉 관심을 얻기 위한 특유의 행동을 우리의 모습에 빗대어 보았다. 집에 진열된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갑자기 다가와 비비적대는 등 예측할 수 없는 고양이를 사람에 비유하고 싶었다. 곡 가사 중에 “나는 너를 안 봐도 너는 나를 봐줘야 돼”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이기적인 모습이 있다. 타인에게 이해를 바라기에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그것이 정말 솔직한 심정이기에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강아지보단 고양이가 더 이기적이고 특유의 교태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언제나 참기 힘든 귀여움으로 묘하게 설득된다. 가사 이곳저곳에서 섹슈얼하게 느낄 만한 요소 또한 명쾌하고 귀엽고 청량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그렇기에 타이틀로 정하기에는 여러모로 리스크가 있었다. 또 하나 언급하자면, “MEOW”는 곡을 전개하는 방식이 실험적이다. 하나의 곡 안에서 변주가 여러 번 일어나는데, 일반적인 음악의 기승전결 형식과는 좀 다르다.

TRACK 3: LOVE DANCE

직역하면 ‘사랑춤’. 이 곡에서도 역시 섹슈얼한 부분을 놓칠 수 없었다. 가사는 비교적 청량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 곡도 “MEOW”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곡 안에서 전개가 아예 다른 곡처럼 진행된다. 곡의 후반부 또한 코드를 일부러 끝맺는 느낌으로 가지 않았는데, 이것은 귀여운 미련과 아쉬움을 뜻한다. “너와 나랑 나눈 사랑춤 경련 속에서 막춤을 추네”와 같은 표현은 굉장히 저돌적이지 않나. 서로 멀어질 수도 없고, 싫어할 수도 없는 애틋한 내용을 가사로 표현했다. 성적인 부분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난이도에서 풀어내고 싶었다.

TRACK 4: BEE

“BEE”는 디제이가 좋아해 줬으면 하는 노래이자, ‘내가 만약 디제이라면?’이라는 관점에서 만든 곡이다. 말 그대로 벌을 소재로 사용했다. 벌에 쏘이면 깜짝 놀라지 않나? 순간적으로 놀라는 그 순간을 표현했다.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는 상황을 벌에 쏘이는 것에 비유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평소에는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한 사람이었는데, 특정한 상황에서 ‘깜짝’ 놀라게 되는 그런 상황. “빨갛게”를 반복하는 가사는 듣는 이에 따라 섹슈얼하게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다.

TRACK 5: POCKET feat. Omega Sapien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견디다 못해 폭발해서 헤어지는 상황, 그 안의 비아냥을 표현한 곡이다. 상대방이 잘잘못을 따지는 상황에서 그 말투를 따라 하며 비아냥거리는 그런 무드를 곡으로 옮겨냈다. 아무 의미 없는 의성어나 말투를 흐리고 비아냥대는 뉘앙스가 곡 곳곳에 묻어있다. 마치 나를 일종의 카드처럼 지갑에서 꺼내 마구 긁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상상했다. 나 하나쯤은 잃어버려도 그만인 사람들.

피처링으로 참여한 오메가 사피엔(Omega Sapien)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괴짜 같은 이미지가 곡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를 곡 안에서 남자 친구로 설정하고 풀어내면 재밌을 것 같았는데 그는 오히려 같은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더라. 그래서 각자 자신의 매력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TRACK 6: STARDUST

“STARDUST”는 아름다운 노래다. 이 곡으로 앨범의 볼륨감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너무 사랑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처럼, 생소한 그 감정을 곡으로 귀결하려고 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나? 나는 조금 다르게 해석해서 어떤 한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내가 죽으면 내가 아닌 그의 이름이 남는다고 생각했다. 1절에서 나오는 ‘우주’는 제3세계가 아닌 그와 나만의 공간을 의미한다. 우주선을 타고 우주 끝까지 가는 그 여정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그런 상황을 표현했다.

2절에서는 목소리가 특히 격양되는 구간이 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할 때 자신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따라서 우리의 관계가 깨지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우주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우주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압도적인, 도통 믿기지 않는 하나의 낯설고 차가운 이미지다. 그것을 곡으로 표현하려 했다. 차가운 곡의 이미지 위에서 격앙된 내 감정이 뛰어놀면 균형이 잡힐 것 같았다. “STARDUST”는 개인적으로 조금 특별한 의미가 담겨서 그런지 지금도 이 곡의 가사를 떠올리면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SUMIN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SUMIN [OO DA DA] Album Cover

진행 / 글 │ 이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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