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서울, 소리와 비주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유일무이한 사운드 아트 페스티벌 WeSA(위사)와 WATMM(와트엠)은 사운드 아트, 전자 음악 뮤지션과 지속적인 교류를 지향한다. 신(Scene)의 선순환을 이루고자 한 일맥상통 슬로건을 내걸기까지, 공통점이 너무나도 많아 서로를 알 법도 한데, 지난 5년간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가 꾸려가는 무대를 먼발치 지켜보기만 했다고.
그리고 2019년, 한국 사운드 아트 신의 두 거인이 드디어 손을 잡았다. 오는 9월 27일, 28일 양일간 논현의 전시공간 ‘플랫폼-L(PLATFORM-L)’에서 펼쳐지는 ‘WeSA 2019’가 바로 그것. WATMM이 참여해 더욱 특별해진 ‘WeSA 2019’는 국내외 사운드, 비주얼 아티스트를 위해 구축된 특별한 오디오 시스템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할 예정. 더불어 사운드 아트 팬과 아티스트까지 속속히 모여 교류하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좁디좁은 서울에서 WeSA와 WATMM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총 5년, 사운드 아트 신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한 두 거인이 맞잡은 페스티벌이 마침내 초읽기에 들어섰다. 이에 앞서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기획자인 WeSA의 태싯그룹(Tacit Group) 그리고 WATMM의 신혜진과 함께 사운드 아트, 오디오 비주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태싯그룹 : 오디오 비주얼에 기반한 멀티미디어 공연, 인터랙티브 설치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한 알고리즘 아트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하는 태싯그룹이다.
신혜진 : 음악을 만들고, WATMM을 기획, 제작하는 신혜진이다.
WeSA는 어떻게 시작됐나?
태싯그룹 : 개인적인 백그라운드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나(가재발)는 태싯그룹을 하기 이전, 테크노 프로듀서로서 활동했다. 따라서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은 클럽, 댄스 플로어였다. 반면 2013년 위사를 시작할 무렵, 태싯그룹을 포함한 오디오 비주얼 팀은 모두 음악을 학구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두 음악 모두 전자음악인데, 한쪽에서는 춤추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한쪽에서는 앉아서 심각하게 연구하고 있었지. 나는 이 두 신을 모두 경험한 바로, 이 둘을 섞어보면 시장도 커지고 콘텐츠도 다양해질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WeSA가 담고 있는 철학이란?
태싯그룹 : WeSA는 “We are Sound Artists”라는 뜻이다. 사운드 아티스트들의 연대. ‘우리’라는 점을 좀 더 강조하고 싶었다. 사운드 아티스트들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가지고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경향이 강한데, 그래서인지 타 아티스트들보다 교류도 적고 연대감도 약하다고 생각한다. WeSA는 사운드 아티스트들의 교류를 도모하는 또 하나의 장으로 수행하길 원한다. 아티스트가 작업실을 나와서, 함께 페스티벌을 만들고, 서로의 공연을 보고, 평가하는 토론 과정에서 전자 음악, 사운드 아트 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WeSA 2019’는 WATMM이 함께한 특별한 페스티벌이다. 그 계기를 알려줄 수 있을까?
신혜진 : 이전부터 WeSA와 WATMM이 섭외한 뮤지션은 많이 겹쳤지만,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다. 그러던 와중 WeSA가 제안했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티스트들의 더 많은 교류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다면 기획자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더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뜻이 같아 함께 만들게 됐다.
태싯그룹 : 아티스트 기술부(Gisulbu)가 언젠가 “주변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운드 아티스트가 혼자 작업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작품을 발표할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뭉클한 말을 했다. 이는 곧 WATMM을 거쳐 간 아티스트가 무려 100명이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WATMM의 철학, “We Are The Music Makers”가 WeSA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WATMM의 네트워크 안에 있는 아티스트를 무대로 초청한 것은 물론, 100여 명의 아티스트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당신들이 WeSA의 주인공이니, 부디 공연도 즐기고 교류의 시간 또한 보내자고.
한국에서 실험 음악, 사운드 아트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음악가로서 견해를 듣고 싶다.
태싯그룹 : 실험 음악이 문화의 주류가 될 수는 없다. 어느 나라든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문화 소비 인구의 파이 자체가 한국보다 훨씬 크다. 비주류라고 해도 약간의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거지. 한국은 그 지분이 아주 작아서 아예 의미가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따라서 한국의 사운드 아티스트란 공연, 전시 기획부터, 홍보, 마케팅, 제작, 정산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하고 자신의 지분을 만들어내는 1인 엔터테이너를 의미한다.
신혜진 : 기획자의 입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들 외부 자극과 피드백 혹은 원동력이 없는 상태로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뭘 담아낼지 고민하기 전에 어디에 담을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신이 작으니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리 자신을 알고, 색깔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해도 이런 구조를 지속하다 보면 하나의 길만 생각하거나, 시선이 협소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들은 한국이 아닌 한국 신이 가진 것이라 개인적인 창작만 가지고 말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사운드 아티스트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모두가 넓게는 국가, 좁게는 본인만의 환경을 가지고 있으니까.
WeSA는 오디오와 비주얼, 두 분야로 대두되는 페스티벌이다. 우리 눈과 귀에 익숙할 비주얼로 먼저 뮤직비디오가 떠오르는데, 뮤직비디오와 사운드 아트, 오디오 비주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태싯그룹 : 일반적으로는 오디오와 비주얼이 각각 청각과 시각으로 이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에서는 다르다. 오디오와 비주얼, 둘 다 데이터와 알고리듬으로 통일되고, 따라서 동일한 알고리즘으로 동시에 만들어진다. 태생적으로 서로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둘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주얼이 변하면 그에 따른 오디오도 함께 변할 수도 있다. 반면 뮤직비디오의 음악과 영상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아니다. 음악이 먼저고 이에 맞춰서 음악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영상이 따라붙는 거지.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클럽 DJ와 VJ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얼핏 보기에 VJ의 영상이 오디오-비주얼과 비슷하지만, 그 원리는 전혀 다르다.
‘음악과 영상의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에서 소리의 진동 주파수에 따라 다양한 무늬를 형성하는 ‘클라드니 도형(Chladni’s figures)’ 같은 원초적인 게 떠오르기도 하는데.
태싯그룹 : 비슷한 맥락이긴 하나 이 또한 다르다. ‘클라드니 도형’은 진동을 어떤 변형 없이 그대로 보여주지만, 태싯그룹의 그래픽은 소리의 진동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소리를 만드는 시스템의 구조를 보여주기도 하고, 소리의 일부 정보, 이를테면 음색 같은 것을 가시화하기도 한다.
전자 음악, 사운드 아트 라이브를 한국 로컬 신에서 가장 밀접하게, 또 오랜 기간 바라본 입장에서 전자 음악 라이브만이 가진 고고한 매력을 잘 알 것 같다.
태싯그룹 : 아티스트 입장에서의 매력이라면 소리가 아닐까. 전자음악에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개인 공간에 전자 음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운드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티스트의 의도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사운드 시스템을 구축, 설계된 환경에서 라이브를 구현할 수 있다. 또한 관객을 직접 만난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관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성장이 분명 있고.
신혜진 : 가장 큰 매력은 눈앞에 사람이 드러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사운드 아트라고 하면 보다 기계와 작업하는 과정이 많을뿐더러 이야기나 목소리, 숨소리 등의 인간적인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공연의 존재감이 어떤 음악 공연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또 공연자가 명확히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하면서 사람이 개입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음원이나 앨범이 듣기 편하고 정리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라이브는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 소스, 정교하지 않은 시퀀싱과 이펙팅 방식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운드가 연출될 수도 있고, 그에 따른 더 큰 에너지와 감정들이 전달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사운드 아티스트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했다. 현재 목표 지점 어디쯤 이른 것 같나?
태싯그룹 : WeSA를 처음 시작할 때는 표 1장 팔기도 어려웠다. 정부 기금에 의존해서 겨우 행사를 치를 수 있었지. 하지만 지난해부터 참석자 대부분이 유료 관객이다. 생태계에서 관객, 즉 소비자인 팬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일단 팬이 늘어나면 아티스트도 늘어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아티스트의 작품 수준 또한 높아지겠지. 그런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금은 60% 정도가 아닐까?
신혜진 : 아직은 모르겠다. 무엇보다 꾸준하게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 무리하지 않고 잘 해내고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 아티스트가 WeSA나 WATMM을 지켜보고 바라보면서 더 많은 것을 기대했으면 좋겠다. 터무니없는 기대도 괜찮다. 물론 기대만큼 빠르게 빌드업되진 못하겠지만 그 기대는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진행 / 글 │ 황선웅